인터뷰·정리 연은정 · 이재혁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최근 두산그룹이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자산과 계열사 매각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2008년 인수한 중앙대학교에도 그 여파가 미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두산그룹이 인수한 뒤 중앙대는 ‘기업의 대학 지배’의 중요한 사례로 꼽혀 왔다. 당시 두산그룹 회장이자 중앙대 이사장이 된 박용성은 “대학 시스템을 시장의 논리에 따라 기업식으로 운영하겠다”면서 노골적으로 기업의 대학 지배를 밀어붙였다. 이에 반발하는 운동들도 이어졌다.
《대학의 기업화 — 몰락하는 대학에 관하여》(한울아카데미)를 쓴 고부응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를 만나 대학 기업화와 중앙대에서 벌어진 문제들에 관해 들어 봤다. 고부응 교수는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의 기획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전국교수노조 수석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재직 중인 중앙대학교는 기업화한 대학의 대표적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학의 기업화란 무엇이고 어떤 폐해를 낳나요?
대학의 기업화는 돈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학문 연구와 교육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제가 있는 중앙대학교의 기업화 정도가 심하기는 하죠. 두산이라는 대기업이 들어와서 정말 노골적으로, 기업이 인사관리 하고 재무재표 보면서 매출 관리하듯이 학교를 운영합니다. 그런데 고려대학교는 안 그러나요? 연세대학교는 안 그러나요? 서울대학교는 안 그러나요?
중앙대학교나 인하대학교처럼 기업이 노골적으로 학교 운영에 개입하는 대학에서 기업화 정도가 심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기업이 운영하는 것만 대학의 기업화는 아닙니다. 한국의 대학은 모두 기업화하고 있고, 그것을 모두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특정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대학의 일반적 문제인 것이죠.
지식은 공공재와 같습니다.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하죠. 지식이 상품이 되면 돈 없는 사람은 지식을 얻을 수 없습니다. 지식이 제한되고 위축되는 것입니다. 지식은 많은 사람들이 누릴수록 더욱 커집니다. 지식은 나눠도 없어지지 않고, 나누면 나눌수록 점점 커집니다. 지식이 상품이 될수록 지식은 점점 쪼그라듭니다. 지식을 널리 퍼뜨림으로써 지식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 대학의 역할입니다. 돈을 내야 지식을 얻을 수 있다면, 지식의 독점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돈을 내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구조는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면 교수는 어떻게 먹고 살까요? 교수 생계는 사회가 책임져 줘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 구성원들이 쉽게 지식을 얻고 누릴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지식의 독점, 지식의 상품화가 일반적입니다. 유럽은 비교적 낫습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등록금이 없고, 네덜란드나 북유럽 나라들에서는 학생들이 학생 수당까지 받습니다.
한국 대학생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공부해야 할 학생들이 왜 일을 해야 하나요? 등록금 체제는 학생들이 학생 노릇을 못하게 합니다. 학생들이 학생답게 살 수 있으려면 사회가 학생 생계를 책임져 줘야 합니다. 등록금을 받는 한, 학생이 등록금 때문에 일을 해야 하는 한 그 대학은 기업화한 대학입니다.
교수 연구자들이 느끼는 압박도 클 것 같습니다.
대학의 기업화는 교수들에게 연구비 수주 압박을 가합니다. 소위 순수학문 계열 교수들은 그나마 압박을 덜 받지만, 이공계나 의학 계열 교수들은 심한 압박을 겪습니다. 대학에서는 대학에 걸맞는 교육과 학문이 이뤄져야 합니다. 즉, 돈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학문을 위한 학문을 해야 하는 것이죠. 교수들이 연구비 수주 압박을 받는 이유는 연구비 수주가 교수의 연구 업적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이공계는 연구비를 받지 못하면 연구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실험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연구비 수주가 곧 연구 업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연구비는 아무에게나 지원해 주지 않습니다. 정부의 입맛에 맞는 연구만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곧 기업 입맛에 맞는 연구만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마르크스도 말했듯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의 역할은 기업의 보조자이거나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위원회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교수는 정부와 기업이 원하는 연구를 할 수밖에 없죠.
물론 공적 성격을 갖는 연구비 지원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점점 줄어들고 있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들이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결국 대학에서 꼭 하지 않아도 될 연구들, 돈이 되는 연구들, 대학 평가에 도움될 연구들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교수들은 연구비를 받지 못하면 대학원생들을 먹여 살리지 못합니다. 연구실에 있는 대학원생들에게 생계비를 주려면 연구비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공계 교수들은 연구비를 받지 못할까 초조해 합니다. 연구실을 닫아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느끼기도 합니다.
인문사회과학 계열 교수들도 논문 실적 압박을 받습니다. “스토리가 돈이 된다”는 식으로 기업들이 인문학을 돈벌이에 이용하고 있어요. 돈과 거리가 멀어 보였던 인문학에서도 돈이 되는 학문을 중시하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돈이 안 되고 취업률이 낮은 학과는 문을 닫아 버리기도 하죠. 학과 교육 내용을 돈이 되는 방향으로 바꾸기도 하죠. 그래야 살아남으니까요.
대학 기업화가 학사 행정·운영 등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대학교 학사 운영이 수지타산을 기준으로 이뤄지게 되죠. 최소 수강인원 기준이 수지타산을 기준으로 학사를 운영하는 사례입니다. 학교는 최소 수강인원 기준을 계속 올리려고 하는데요. 학교 입장에서는 대형 강의가 많을수록 비용 대비 수익을 높일 수 있거든요. 그러나 교육적 관점에서 교수와 학생들에게는 강의 당 학생수가 적을수록 좋죠. 대학의 기업화는 좋은 교육을 방해합니다.
강사·시설 노동자·행정 직원 등은 대학 기업화로 어떤 피해를 입고 있나요?
예전에는 청소 노동자나 경비 노동자들 처지가 지금처럼 나쁘지는 않았어요. 학교 정직원으로서 호봉제도 적용받았어요. 그러나 지금은 하청 업체 직원이라 호봉 적용을 받지 못합니다. 월급도 오르지 않고, 1년 단위로 계약을 해야 하는 불안정한 처지입니다. 늘 저임금에 시달려야 하죠. 학교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어서 좋겠죠.
학교의 기업화는 학교 노동자들 간 서열을 나누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정년 보장 받는 정교수부터 청소 노동자까지 학교 노동자들 사이에서 서열이 나뉘죠. 대충 계산해 보면 강사 선생님들은 정교수인 제가 받는 월급의 7분의 1 정도만 받아요. 그런데 강사 선생님들이나 저나 똑같이 박사 학위를 갖고 있고, 둘 다 대학에서 강의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어요. 그런데 정교수인 저와 달리 강사 선생님들은 불안정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호칭부터 ‘교수님’, ‘선생님’이 아니라 ‘강사님’이라고 불리죠. 한 학기 단위로 계약을 해야 하는 위태로운 처지입니다.
옛날에는 전임교수와 강사로만 나뉘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정년트랙 전임교수, 비정년트랙 전임교수, 강의전담 교수, 강사, 연구교수 등으로 교수 내에서도 7~8개 직급이 있습니다. 그렇게 쪼개 놓으면 통제하기 쉽습니다. 서로 분열하고 미워하게 만드는 것이죠.
2008년에 중앙대가 두산그룹에 인수됐고 그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의 투쟁도 있었습니다. 두산그룹 인수 이후 중앙대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나요?
기업식 노무관리, 조직관리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두산그룹 측이 장부 등을 조사해서 자산 평가를 철저히 한 뒤 중앙대를 인수했습니다. 인수 이후에는 기획팀을 보냈어요. 기업의 노무관리 방식으로 인사 관리가 시작됐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인사를 장악하고 나서는 학생 관리와 언론을 장악했어요. 학생처 등을 장악한 것이죠. 보통 교수가 있던 학생신문사 주간 자리에도 두산 출신 인사를 앉혔고요. 그래서 〈중대신문〉은 타블로이드 신문처럼 돼 버렸습니다. 사진만 크게 넣고 맛집 탐방 같은 기사들 위주의 신문이 됐죠. 교지 〈중앙문화〉에는 법인에 비판적인 학생들이 있었는데 [학교 당국이] 폐간시키려고 했었죠. 이에 항의하는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교지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학교 측은 지도교수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제가 지도교수를 맡았습니다.
두산은 학생회도 장악했어요. 운동권 학생들이 학생회 선거에 나오면 온갖 꼬투리를 잡아 후보 자격을 박탈해 버렸습니다. 학교에 비판적인 학생들을 선거운동 과정에서 싹을 잘라내는 방식으로 학생회를 장악한 것이죠. 학생처장 등이 그런 일을 주도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학 관리 전체를 영입된 노조파괴 전문가가 한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학교 보직 교수들뿐 아니라 학교 행정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기업 인력 관리 방식을 학교에 도입해서 기업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죠. 그때 만들어진 기업식 체계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두산이 학교를 장악한 방식입니다. 마치 점령군 같죠. 두산 측 인사를 요직에 앉히고, 기업식 노무관리 전문가와 노조 와해 전문가가 들어와서 학교를 장악하는 것입니다.
당시 단과대 통폐합도 벌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안성캠퍼스에 외국어대학이, 서울캠퍼스에 문과대학이 있었어요. 두 캠퍼스 단과대학에 비슷한 어문계열 학과들이 있었는데 두산이 인수하고 나서 두 단과대를 합쳤습니다. 안성캠퍼스의 학생과 교수들이 서울캠퍼스로 왔죠. 그 과정에서 정원을 줄였고, 줄어든 정원 만큼 경영대 정원을 늘렸어요.
구조조정 이후에는 경영계열이 학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졌습니다. 학교가 경영계열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죠. 다른 학교에서는 주로 이공계열을 키우는 방향으로 학과 구조조정을 하는데, 중앙대는 경영계열을 키우더라고요. 이공계열을 키우려면 기자재도 사야 하고 교수도 많이 뽑아야 합니다. 돈이 많이 들죠. 돈은 많이 안 들이면서 기업에 도움되는 체제를 만든 것입니다.
학교 본부는 예술대학을 없애려고도 했어요. 예술대학은 논문 업적이 잘 나오지 않고, 수지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예술대학에는 1:1 교육, 레슨 방식 수업이 많습니다.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죠. 그러나 중앙대가 예술대학으로 유명한데 예술대학을 없애는 것이 맞냐는 항의가 많았습니다. 결국 반발이 심해 없애지는 못했어요.
두산이 들어온 후 한 학기 개설 수업 수와 분반 관련 기준도 강화됐습니다. 전반적으로 개설 강의 수가 줄었죠. 과목당 학생 수를 줄이고 싶어도 학교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어떤 경영학 수업은 300명이 함께 듣는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강의 당 학생 수를 늘리게 되니 교육의 질도 떨어지게 되죠.
대학 기업화는 언제 본격화된 건가요? 그에 맞선 저항은 어땠나요?
대학 기업화와 경쟁 교육이 강화된 계기는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입니다. 정부가 기업식 인재 양성을 교육 목표로 설정한 것인데요. 대학이 경제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맞춰 교육부는 실용학문과 기업에 필요한 교육을 강조했습니다. 특정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대학 전체의 문제였습니다.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할 당시 박용성 이사장은 기업 입맛에 맞는 교육이 이뤄지는 대학 모델을 제시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대학을 망치는 교육관입니다. 학문이 아니라 기업 이윤이 기준인 교육관이죠. 중앙대에서 ‘말 잘 듣는 직원’을 키워내고 싶었던 것이죠.
그 뒤 IMF와 김대중 정부를 거치면서 신자유주의 시장체제가 자리잡았죠. 성과주의, 대학 서열 평가 등으로 대학을 기업처럼 관리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당연히 여기는 생각을 바꿀 계기가 필요합니다.
저는 큰 흐름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이기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머릿속 생각은 한 번에 바뀌지 않아요. 굴복하지 않고 버티면서 계속 더 나은 대안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촛불혁명’이라고들 하지만, 촛불정부라는 문재인 정부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한 번만 이겨서는 안되고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당장 그런 날이 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확신이 없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길로 꿋꿋하게 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희망이 있어서 싸움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옳지 않은] 상태와 조건을 거부하기 위해 뛰어드는 것입니다. 즉 ‘개기는’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시장 논리는 어떻게 대학을 병들게 하는가
김지윤
“대학도 하나의 산업”, “중앙대라는 이름만 빼고 다 바꾸겠다.”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하고서 중앙대 재단이사장 자리에 앉은 두산중공업 전 회장 박용성은 기업식 구조조정을 예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중앙대에서 대대적 구조조정이 벌어졌다. 단과대(18곳에서 10곳)와 학과(77개에서 46개)들이 대폭 줄고 교수 연봉제가 실시되는 등 경쟁이 강화됐다. 중앙대 학생들과 교수들은 공동으로 구조조정 반대 대책위를 꾸려 저항했고, 시위에 나선 학생들 일부는 무기정학 등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박용성은 2015년 중앙대 관련 특혜를 청탁하려고 박근혜 정부의 교육문화수석에게 뇌물을 주고, 교비를 재단 수중으로 전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법 처리됐다.
이 책의 저자 고부응 교수는 이렇듯 “대학이 파괴되는 것을 체험”하면서 대학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연구들의 결과가 바로 《대학의 기업화 — 몰락하는 대학에 관하여》(한울아카데미)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꾸준히 대학의 기업화에 여러 측면을 연구해 발표해 왔는데 이 책은 이렇게 내놓은 기존 논문들에 더해서 몇 편의 글을 새롭게 써서 엮은 것이다. 덕분에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대학의 기업화”라는 “참혹한 현실”이 다각도로 잘 드러난다.
저자는 오늘날 대학에서 “학생과 교수가 기업식으로 관리되고 교육과 연구의 결과는 기업 자본에 봉헌”되고 있고, “대학은 기업을 위한 또 다른 기업이 되어 있다” 하고 지적한다. 그리고 한국 고등교육에서 사립대학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또한 대학의 기업화에서 가장 앞서간 곳이자 한국 대학들이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꼼꼼히 살피고서 한국 대학의 현실을 분석한다. 한국 정부의 대학 정책과 기업식으로 성과를 최우선하고 교수와 학생들에게 경쟁을 강요하는 운영 방식의 문제 등 여러 주요한 쟁점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은 자본이 지배하고, 자본의 논리에 복무하는 대학의 현실에 대한 충실한 분석을 바탕으로 대안으로 나아간다. “돈이 지배하는 대학”을 끝내고 교육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저자는 대학 무상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2011년 반값등록금 운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학생들이 투쟁에 나서서 “시끄러운 대학”을 만들어야 이런 대안이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대학 기업화가 무엇이고 실제로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알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이 글은 <노동자 연대> 신문에도 실렸습니다. https://ws.or.kr/article/24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