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경비 임금 인상 거부하는 대학 당국들

“쪼잔한 대학 당국들, 투쟁으로 바꿔내자!”

이은혜 (이화여대 학생,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1월 21일 이화여대에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대학 청소·경비·시설 노동자들이 집회를 열었다.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 등에서 온 조합원 300여 명이 한 곳에 모여 임금 인상을 거부하는 대학 당국을 규탄했다.

지난해 집단교섭이 여섯 차례나 진행됐지만 결렬됐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네 차례 조정회의 끝에 시급 260원 인상 권고안이 나왔다(현재 청소 노동자 시급 9000원). 여전히 저임금에 시달리는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에는 낮은 수준의 인상이다.

그런데 일부 대학 당국들은 이조차도 제대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화여대, 성신여대, 고려대, 연세대 등에서 임금 인상안을 합의하지 못했다.

고려대는 학교 당국과 용역업체가 서로 임금 인상 책임을 떠넘기며 시간을 끌고 있다. 서로를 핑계 대며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다.

이화여대의 경우 합의하기로 한 당일, 갑자기 “총무팀장이 해외에 있어 결재할 수 없다”며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쳤다. 총무팀장이 없으면 ‘진짜 사장’인 김혜숙 총장이 합의하면 될 일인데 말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변명이다.

연세대학교는 학교 당국이 퇴직자 자리 인원 감축을 밀어붙이고 있어서 임금 협상조차 잠정 보류된 상황이다.

지난 3년 동안 연세대는 정년퇴직자 빈 자리를 채우지 않았다. 이 때문에 노동강도는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런데도 연세대 당국은 무인경비시스템과 시간제 고용을 대안으로 내세우며 인원을 감축하려 한다. 학생과 노동자들의 안전을 이윤과 맞바꾸려 하는 것이다.

임금 인상 외면하고 등록금은 올리는 대학 당국들

대학 당국은 학교의 안전과 청결을 책임지는 노동자들에게 돈 없다는 핑계를 대며 임금 인상을 최소화하려 한다.

명백한 학교 구성원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학생의 요구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어떻게 하면 곳간에 돈을 더 차곡차곡 쌓을 수 있을지나 고민하고 있다.

일부 대학 당국들은 학생들의 등록금도 어떻게든 인상하려고 안달이 나있다.

고려대 당국은 올해 내국인 학생들의 등록금은 동결하지만, 외국인 유학생들의 등록금을 3.8퍼센트 인상하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학교에 저항하기 어려운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먼저 칼날을 들이민 것이다.

지난해 연세대 당국은 일방적으로 외국인 신입생들을 고액 등록금을 내는 학부로 편재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신입생 기간 동안 연간 1200만 원의 등록금 부담을 져야만 한다.

이화여대 당국은 지난해 등록금을 인하해 달라는 총학생회의 요구에 “등록금이 비싼 건 상대적 개념”이라며 학생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화여대 평균 등록금이 863만 원인 데다 사립대 등록금 4위인데도 말이다.

노동자들은 이토록 소박한 요구인 시급 260원 인상조차 대학들이 수용하지 않자,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매주 대학들을 순회하며 집중 투쟁을 하기로 결의했다.

이날 이화여대 집회에 모인 노동자와 학생들은 부자 대학들의 쪼잔한 행태를 강하게 규탄했다.

김제하 공공운수노조 조직부장은 “이대 당국은 등록금도, 인권도 다 상대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냐”며, 촛불과 인권을 내세우면서 정작 비정규직 노동자는 천대하는 학교 당국의 위선을 비판했다.

양미자 이대분회 분회장은 사측과 이대 당국을 강하게 규탄하며 “시급 260원, 식대 2만 원, 상여금 10만 원 인상이 관철될 때까지 열심히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조합원들의 결속을 다졌다.

이화여대 학생으로 발언한 필자도 학교 당국을 이렇게 비판했다.

“김혜숙 총장님은 촛불이니 인권이니 듣기 좋은 말들은 다 하면서 새로운 이화를 만들겠다고 하셨습니다. 이게 어딜 봐서 새로운 이화입니까? 노동자와 학생들에게 한 톨만 한 개혁도 주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집회 후 노동자와 학생들은 본관까지 행진해 총장실에 항의 메시지를 붙였다.

불이 켜져 있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는 총장실 앞에서 노동자와 학생들은 다 같이 한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변명은 필요 없다! 학교가 책임져라!”

“힘들어서 골병든다! 인력 감축 중단하라!”

노동자들은 1월 31일 고려대에서 다시 한번 만날 것을 결의하며 항의 방문을 마무리했다.

대학 당국들은 당장 노동자들의 요구안을 수용해야 한다.

더 많은 학생들이 청소·경비 노동자 투쟁에도 관심과 연대를 보내자.

※ 이 글은 〈노동자 연대〉 신문 311호에도 실렸습니다. ☞ https://ws.or.kr/article/23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