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령
12월 6일 서울시립대가 적자를 이유로 기숙사 식당 폐점 결정을 내렸다. 이 식당은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학교 측은 손실이 연 9000만 원에 달한다며 식당 폐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올해 5월에 예정돼 있던 기숙사 식당 민간위탁 계약 만료를 앞두고 폐점을 준비해 왔다. 이에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됐다.
올해 4월 총학생회는 기숙사 식당 폐점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5일 만에 학생 1136명이 응했고, 67퍼센트가 폐점에 반대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2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폐점 결정을 통보했다.
학교 측이 폐점을 통보한 11월부터 총학생회는 ‘대안 없는 기숙사 식당 폐점 결정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고 폐지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총학생회는 “기숙사에는 학생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 필요하다”며 기숙사 식당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학교 측 결정 과정에 학생 대표가 참여한 적이 없는 만큼 “의사 결정 과정에서 학생 의견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가혹한 조처
시립대 기숙사 식당은 위탁업체가 운영하지만 학교가 직접 운영하는 다른 식당들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조식과 주말 식사를 제공했다. 현재 학교가 운영하는 직영 식당은 모두 조식과 주말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숙사 학생들뿐 아니라, 시험 기간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과 기숙사에 많이 거주하는 교환학생이나 유학생들도 기숙사 식당을 유용하게 이용해 왔다.
대만에서 온 교환학생은 학내 신문사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교환학생의 경우 언어 때문에 생활관 식당이 아닌 외부 식당에서는 주문하는 것부터가 힘들다.”
폐점 결정 이후 학교 측은 개인 냉장고 사용 허용을 대안이라고 내놓았다. 자판기와 편의점 설치 등으로 식당을 대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도 했다.
사실상 학생들더러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거나 자비로 냉장고를 마련해 해결하라는 것이다. 학교 측 결정대로 내년 2월에 식당이 폐점되면, 기숙사 학생들 1154명은 식비 부담이 대폭 늘어날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볼 것이 예상되자, 서울시 행정감사에서조차 학교 측의 태도에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권영희 서울시의원은 11월 5일 행정감사에서 “학생들한테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 … 기숙사에 식당이 없는 학교가 없다”고 비판하며 대책을 촉구했다.
그러나 서울시립대 서순탁 총장은 냉혹하게도 끝까지 폐점을 고집했다. 11월 행정감사에서 서순탁 총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조금만 걸어 나가면 학교 후문에 식당들이 있고 다 있는데요. 건강을 위해서는 좀 …”(2019년 11월 5일 시립대 행정감사 회의록 21페이지)
학교 밖으로 나가서 더 비싼 밥을 먹는 게 학생들의 건강을 위한 것인가?
학교 직영 식당도 올해 가격을 인상했다. 이것도 적자가 이유였다.
이에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행정감사에서 서순탁 총장은 학생들을 조롱했다. “커피값은 4000원, 5000원에 마시면서 밥값 500원을 올리니까 학생들이 정말 기를 쓰고 반대를 [한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서순탁 총장은 저조한 기숙사 식당 이용률과 위생 불량 등을 폐점 명분으로 제시했다. 물론 음식의 질이 떨어지고 맛이 없어서 이용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식당 폐점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음식과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려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 대안이 돼야 한다.
교육은 권리
적자라는 이유로 식당을 폐점한다면 같은 논리로 다른 교육 여건을 후퇴시키는 것이 계속 정당화될 것이다. 이미 턱없이 부족한 강좌 수와 11퍼센트에 불과한 기숙사 수용률(대학 평균 20퍼센트) 등 열악한 교육 여건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쌓여 왔다.
물론 적자가 누적되면 학교 운영의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수익성보다 교육의 권리와 학생들의 편의가 우선이다. 게다가 서울시립대는 공립대 아닌가.
학교 측이 적자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의 질을 개선하려면 학교의 재정을 책임지는 서울시에 지원 확대를 요구해야 한다.
공공 교육 확대를 약속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학생들의 기숙사 식당 폐점 반대 목소리를 듣고, 서울시립대에 질 좋은 직영 식당이 확충되도록 애써야 한다. 재정 지원을 늘리고 교육 여건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대학의 공공성을 대표하는 공립대인 서울시립대가 수익성 논리로 학생들의 교육 여건을 후퇴시키는 것은 규탄받아 마땅하다.
교육 여건이 계속 후퇴한다면 대학 공공성의 상징인 반값등록금의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
서울시립대는 기숙사 식당 폐점 결정을 철회하고 질 좋은 직영 식당으로 대체해야 한다.
※ 이 글은 〈노동자 연대〉 신문 웹사이트에도 실렸습니다. ☞ https://ws.or.kr/article/23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