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지금 집권 이후 세 번째 특별사면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는 주로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을 사면하는 게 주된 목적인 듯하다. 전 국무총리 한명숙, 전 강원도지사 이광재, 전 서울시교육감 곽노현 같은 인사들이 주요 사면 대상으로 거론된다. 물론 일부 양심수들을 사면해 생색내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석기 전 진보당 의원은 이번에도 특별사면 대상에서 배제될 듯하다. 이 의원은 아무런 폭력도 사용하지 않았고 단지 지지자들에게 정치 강연을 했을 뿐인데,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9년형을 받고, 7년째 독방에 장기 구금돼 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은 이석기 전 의원이 포함된 ‘지하혁명조직(이른바 RO)’이 내란을 음모했다고 고발했다. 김기춘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터진 일이다. 김기춘은 박정희 정권 때부터 악명 높은 공안검사 출신으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조작 등 공작 정치에서 일가견이 있는 자였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내란 음모라는 충격적인 범죄 혐의를 거론함으로써 노동운동을 위축시키려 했다.
국정원은 이석기 전 의원 등이 내란 음모를 획책한 증거로 그해 5월에 열린 강연회 녹취록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녹취록은 여러 곳이 위조됐음이 드러났다. 결국 검찰은 1심에서 녹취록의 450여 곳, 2심에서는 400여 곳을 수정해야 했다.
문재인 정부의 외면
박근혜 정부는 떠들썩하게 마녀사냥을 벌였지만, 이석기 전 의원 등이 내란을 실제로 계획하고 준비했다는 증거를 끝까지 내놓지 못했다. 박근혜와 재판 거래를 했던 당시 양승태의 대법원조차 RO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법원은 내란 음모는 무죄이지만 내란 선동 혐의 등을 유죄라고 판결하며, 이석기 전 의원을 비롯한 활동가들에게 중형을 내렸다. 강연회 발언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한 내란선동”이라면서 말이다. 이는 구체적 행위가 아니라 이석기 전 의원과 토론회 참가자들이 토론했을 뿐인 정치 사상을 단죄의 대상으로 삼은 부당한 판결이다.
‘내란 음모’ 마녀사냥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적폐의 하나다. 게다가 양승태의 대법원이 이 사건을 두고 청와대와 물밑에서 거래를 했음이 폭로됐다. 양승태가 대법원장일 때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이 사건에서 “청와대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 불허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석기 전 의원을 석방하라는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다. 국내외 진보 단체와 인사들이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 문재인에게 끊임없이 이 의원 석방을 요청했지만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정작 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에 대해서는 사뭇 다르게 행동한다. 소위 ‘RO 회합’과 달리, 기무사 계엄 문건은 박근혜 퇴진 운동 당시 군부가 촛불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쿠데타를 구체적으로 검토했음을 보여 주는 증거다. 그러나 여태껏 이 문건과 관련해 제대로 처벌받은 군부 인사는 없다. 처벌은커녕 수사도 중도에 멈췄다.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을 앞두고 ‘이석기의원 내란음모사건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는 12월 7일 청와대 인근에서 ‘이석기 의원 석방 대회’를 열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는 더는 외면 말고 이석기 전 의원과 양심수 전원을 당장 석방해야 한다.
2019년 12월 6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 이 성명은 〈노동자 연대〉 신문의 기사를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