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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로 세상보기 대학 청년학생 기고글

한국외대
학교 당국의 홍콩 항쟁 지지 목소리 제약 시도에 학생들이 항의하다

박혜신

11월 21일 한국외대 본관 앞에서 학교 당국의 홍콩 항쟁 지지 대자보 철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외대에서는 지난주부터 학내 단체들이 홍콩 항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는 대자보를 줄지어 부착했다. 그런데 홍콩 항쟁 반대자들이 홍콩 항쟁 지지 대자보를 훼손하고, 이에 대자보를 부착한 학생들이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던 중, 19일에 학교 당국이 홍콩 항쟁 관련 게시물들을 일방으로 철거해 버렸다. 또, 홍콩 항쟁 관련 게시물을 부착하지 말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학교 당국은 홍콩 항쟁 지지 대자보 부착이 문제를 유발시킨 것인 양 주장했다.(“무분별하고 자극적인 대자보와 유인물 부착으로 갈등 관계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학교 당국의 허가 없이 홍콩 항쟁 지지 활동을 하면 그에 대한 “책임은 해당 단체에” 있다고 협박했다.

이는 학교 당국이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제약하려는 것이다. 그 주된 타깃은 홍콩 항쟁 지지 활동이다.

이에 항의하는 행동이 즉시 시작됐다. 대자보 철거 당일부터 학교 측의 행태를 규탄하는 여러 개인·단체들의 대자보가 부착됐다. 학내 온라인 게시판에서도 학교를 비판하는 글들이 게시됐다.

이날 기자회견은 긴급하게 조직됐는데도, 여러 학내 단체들이 공동으로 주최했다(노동자연대 한국외대모임,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외국어대지부, 정의당 한국외대 학생위원회, 한국외대 생활자치도서관, 한국외대 여성주의학회 주디,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사회과학연구회 갈증, 한국외대 중앙동아리 왼쪽날개,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한국외대 학생들, 가나다 순).

학교 당국이야말로 “외부 세력”인 시진핑 정부의 눈치를 보며 홍콩 항쟁 지지 목소리를 억누르려는 것 아닌가? ⓒ 신정환

추운 날씨에도, 본관 앞을 지나는 학생 수십 명이 발걸음을 멈추고 기자회견 발언을 경청했다. 학생들은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발언이 끝나면 박수를 치고 구호를 함께 외쳤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학교 당국의 행태를 홍콩 항쟁 지지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한 것이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대자보 철거에 대한 학교 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등을 요구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정의당 한국외대 학생위원회 노민석 학생은 “학교는 우리를 막을 자격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홍콩 민중에 대한 지지가 왜 무책임합니까? 대자보가 왜 학교에 혼란을 야기합니까? 학교 당국은 홍콩 민중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존중하십시오. 대자보 철거를 사과하십시오. 우리는 끝까지 홍콩 항쟁 연대·지지 활동을 벌여 나갈 것입니다.”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한국외대 학생들’에서 활동하는 이건희 학생은 학교 홍보물에 있는 문구를 인용해서 학교 측의 이중 잣대를 비판했다. “[시진핑·캐리람 정부의] 국가 폭력에도 불구하고, 홍콩 민중은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홍콩의 학생들은 국제적 연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홍보 문구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처럼, 저희는 세계를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국가 폭력에 고통 받는 홍콩 학생들에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한국외대 당국은 홍콩 항쟁 지지 대자보를 부착한 학생들이 “외부 단체” 소속이므로, 그들의 의견 표명은 학내 자치 활동이 아니라고 억지를 부린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지향에 따라 정당이나 정치단체를 선택해 활동할 권리가 있다. 학교의 논리 대로라면, 그간 한국외대의 수많은 친이계·친박계 총장들과 그들이 추진한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은 “외부”와의 연계가 아니란 말인가?

무엇보다 홍콩 항쟁 지지 활동은 홍콩 민중들의 연대 호소에 응답한 것으로, 그 자체가 외부와의 연계일 수밖에 없다. 홍콩 항쟁을 반대하는 것은 ‘외부 연계’가 아닌가? 따라서 “외부 단체” 운운하며 학생들을 갈라 놓으려는 것은 얄팍한 꼼수에 불과하다. 학교 측은 “외부 단체”를 핑계로 홍콩 항쟁 지지 표명을 물리적으로 막으려는 것이다.

사회과학대 학생회는 대자보 철거 다음 날인 20일, 홍콩 항쟁에 대한 연대 입장을 밝히며 학교 측의 대자보 무단 철거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었다.

그리고 조정묵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이 기자회견에 참가해 그 성명을 낭독했다. “논쟁은 억압받고 있고, 갈등은 학교 본부가 만들고 있다. 의사 표현 과정에서 학교 내에 폭력 사태가 발생한다면 학교가 해야 하는 일은 사태 유발자로부터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홍콩 항쟁 반대자들이 대자보를 훼손하며 홍콩 항쟁 지지 학생들을 모욕하고 협박하는 것은, 홍콩 항쟁에 대한 지지 표명과 활동을 위축시켜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시진핑 정부가 바라는 바 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외대 당국이 홍콩 항쟁 지지 활동을 제약하려는 것은 시진핑 정부를 편든 것이나 다름없다.

고려대학교에서 홍콩 항쟁 지지 활동을 펼치고 있는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 한수진 학생도 참가해 외대 학생들에 연대했다. “[대학 안과 밖에서]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기자회견, 토론회, 집회 모두 성공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홍콩 항쟁에 대한 지지 열기가 매우 뜨겁고,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홍콩 항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왜 학교 당국이 무엇을 논쟁하고, 토론할지를 결정합니까? 앞으로 한국외대에서도 홍콩 항쟁 지지 활동이 성장할 수 있도록 연대하겠습니다.”

이어서 한국외대와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홍콩인 유학생들의 연대 메시지가 대독됐다. 가슴 절절한 메시지에 연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중국 본토 유학생들 중에서도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있다. 시작 전부터 줄곧 기자회견을 지켜 본 한 본토 유학생은, 기자회견 후 한 한국인 학생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자보를 훼손해서 미안해요. 그러나 모든 중국인들이 그러는 것은 아니에요. 나는 홍콩 항쟁을 지지합니다.”

한국인·홍콩인·중국본토 학생들 사이에 홍콩 항쟁 연대가 더 확산돼야 한다.

한편, 기자회견장엔 부끄러움도 모르는 학교 당국 인사들이 나와 기자회견을 관찰했다. 기자회견 시작 전 학생들이 하지 말라고 항의했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사복을 입은 동대문경찰서 정보과 경찰 2명은 사진을 찍으며 사찰했다. 자신들은 “주민”이라면서 말이다. 주최측이 이들의 행태를 의심하여 추궁하자 결국 경찰이라고 밝히곤, 찍은 사진을 다 삭제한 뒤 쫓겨났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앞으로도 굴하지 않고 홍콩 항쟁 지지 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했다. 점심시간을 맞아 기자회견장에 나온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외대지부 소속 조합원들도 학생들을 지지하며 응원을 보냈다.

학생들은 대자보 철거 직후 학교 당국을 규탄하고,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대자보를 다시 부착하기 시작했다. 홍콩 항쟁 지지 홍보전도 지속하고 있다. 학교 당국은 대자보 철거 방침을 철회하고 사과하라.

홍콩 유학생들의 연대 메시지

* 한국외대 홍콩 유학생1: 항쟁을 지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양해 부탁 드립니다. 사실 저희 유인물 붙일 때마다 중국(본토) 유학생이 올까 봐, 저희 얼굴 찍을까 봐, 항상 불안해요. 한 번은 유인물 붙이다가 위층에서 중국어로 말하는 소리가 들려서 도망갔는데, 도망가다가 ‘내가 도둑인가?’, ‘내가 뭘 잘 못했나?’, ‘이렇게까지 도망가야 되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매우 속상했어요. 그런데 학교는 대자보 훼손하는 사람을 찾지 않고 징계하지도 않습니다. 학교는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을 용인하며 저희의 언론 자유를 파괴하고 그들의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계속 홍콩 시위 지지해 주세요!

* 한국외대 홍콩 유학생2: 지금까지 홍콩 정부와 경찰들이 홍콩 사람들에게 하는 행동이 너무 실망입니다. 홍콩 정부는 시민들의 의견을 왜 듣지 않습니까? 경찰은 시민들을 보호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모든 것이 거꾸로입니다. 경찰들이 홍콩 사람들에게 끊임 없이 최루탄을 발사하고 총도 몇 번 쏘아댔습니다. 그리고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특히 요즘 홍콩의 대학교 안에 대학생에게 무리하게 최루탄을 발사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심판을 받지 않습니다. 반대로 시위자가 심판을 받았습니다. 홍콩 경찰들을 꼭 재판해야 합니다. 다섯 개의 요구를 반드시 받아드려야 합니다. 광복 홍콩 시대 혁명! 홍콩 사람들 화이팅!

* 한국외대 홍콩 유학생3: 홍콩을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 드립니다. 홍콩의 모든 것을 우리 같이 지킵시다. 우리는 모든 자유를 추구하고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합니다. 홍콩 경찰과 정부는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짓밟을 권리가 없습니다.

* 한국외대 홍콩 유학생4: 안녕하세요. 저는 홍콩 유학생입니다. 일단 외대 학생들이 홍콩 항쟁을 지지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지금 홍콩은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보다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경찰들이 지금까지 시위진압을 위해 발포한 최루탄은 만 매 이상입니다. 도심이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로 가득 합니다. 이 화학물질이 인체에 접촉할 시 붉은 부종, 기침, 배탈, 심지어 구토 등 불편한 증상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경찰들이 과한 폭력 사건, 무차별 폭행, 체포된 시위대에 대한 성폭행 등 백색테러는 홍콩의 일상 생활입니다. 심지어 자살로 조작당한 사건도 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지금 홍콩 시민은 홍콩 정부와 그 뒤에 있은 중국 정부와 싸우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길 가능성은 낮겠죠? 근데 우리 홍콩에 있는 친구들 가족들은 목숨까지 바칠 준비를 했습니다. (제가 이공대에서 도망갈 수 없는 친구에게 유서를 받았어요.) 나중에 홍콩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홍콩이 1980년대 민주화 항쟁을 통해 자유와 민주를 갖고 있는 한국과 같은 곳이 되길 바랍니다.

* 등가원 이화여대 홍콩 유학생: 친구를 통해 외대 상황 잘 알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유학생 간에 갈등 좀 심각해서 좀 유감입니다. 학교 당국이 교내 학생의 의견 표현도 못하게 하다니요. 여기 민주주의 국가인데, 대학교도 자유 공간이라서 학생뿐만 아니라 누구나 자기 입장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학교 당국이 갈등 생길까 봐 서로의 의견을 막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외대 학생 응원합니다! 학교 당국은 대자보에 대해 내린 결정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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