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4월 10일) 12시 20분 고려대 민주광장에서 교육투쟁 총궐기가 열렸다. 고려대 학생 50여 명이 참가했고 고려대 민주동우회와 ‘연세대학교 강사법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연세대 공대위)가 연대의 의미로 참가했다.
올해 고려대 총학생회는 개설 강의 확대, 이공계 실험 환경 개선, 한자 졸업 요건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수강 신청 제도 개선, 드롭제도 부활(수강 신청 정정 기간 이후에도 수강을 취소할 수 있는 제도) 등 학생들의 교육권과 직결되는 요구도 있다.
특히나 올해는 개정 강사법 적용을 앞두고 개설 강의 수가 줄고 시간강사들이 해고되면서, 학생뿐 아니라 강사와 교수 모두의 조건이 후퇴했다.
지난해 11월, 고려대 당국의 구조조정 계획을 담은 ‘대외비’ 문건이 폭로됐다. 이에 대응해 ‘고려대학교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학생들이 항의에 나섰다. 그러자 학교 당국은 구조조정을 유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이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지난 겨울방학 동안 총학생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1학기 학부생 대상 강의는 200개 이상 줄었다. 한 교수님도 총학생회에 학교의 거짓말을 제보했다. “[2018년 12월] 강사 구조조정 유보 선언 이후에도 강사를 채용하지 말라는 [학교 당국의] 비공식적 지시가 있었다.” 학생들은 “졸업을 하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학생들의 당연한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학교는 교양과 전공강의를 일부 복구했다. 그러나 지난해나 그 전 해 개설 강의 수와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수강신청 사이트 접속 대기자 1만 명
민주광장에 모인 학생 50여 명은 개설 강의 확대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입생이 1학년 수강 권장 강의의 수강신청도 할 수 없었던 일, 수강신청 사이트 접속 대기자가 1만 명이 넘었던 일 등의 사례가 폭로됐다. 그런데도 학교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듯하다.
연세대 공대위를 대표해 발언한 공필규 씨는 연세대가 선택 교양 강의 수를 3분의 1로 줄이고 강사 수백 명을 해고했다고 규탄했다. 황당하게도 연세대 당국은 ‘미래 인재를 기르기 위해 기존 수업을 없앴다’고 변명했다고 한다.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고려대 학생들도 연세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기 일처럼 공감했다.
교육투쟁 총궐기에 참가한 학생들은 본관으로 행진했다. 총학생회장단과 중앙운영위원(단과대 회장) 여섯 명이 학교에 요구안을 전달했다.
오늘 집회의 요구들은 모두 지극히 정당한 것들이다. 학교가 학생, 시간강사, 교수 등 학내 구성원들의 학습·연구·수업 조건의 향상을 우선순위로 삼지 않고 돈을 투자하지 않는 게 문제다.
2018년 고려대의 누적 적립금은 4000억 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460억 원가량 증가한 것이다(대학알리미). 이 돈의 일부만 사용해도 학생들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다.
강의 수가 줄어서 학생들은 학업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졌다. 시간강사가 해고되고, 전임교원들이 그 부담을 전가받았다. 그동안 캠퍼스 곳곳에는 번지르르한 건물들이 들어서 왔다. 겉은 화려해지지만 알맹이는 나빠지고 있다.
시간강사들은 오는 5~6월에 진행될 강사 채용 시즌 동안 대량해고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정 강사법이 적용되는 2학기에는 1학기보다 더욱 많은 학과에서 강의 수가 대폭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볼 때, 강의 수 축소와 시간강사 해고에 반대하는 것은 학생·강사·교수 모두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