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 제주시청 앞에서 제주도지사 원희룡 퇴진을 요구하는 3차 촛불 집회가 열렸다. 살을 에는 칼바람에도 불구하고 90여 명이 모여 한 목소리로 원희룡 지사 퇴진과 영리병원 설립 철회를 외쳤다.
지난 12월 5일 제주도는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를 뒤집고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을 허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아래 도민운동본부)는 영리병원 철회를 요구하며 원희룡 도지사 퇴진 촛불 집회를 주최해 왔다.
이번 3차 집회는 ‘영리병원 반대’라는 명백한 민의를 무시하고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강행한 제주도를 규탄하는 자리였다. 양연준 도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공론조사 결과 다수가 영리병원 허가에 반대했는데도, 영리병원 설립을 밀어붙인 것은 도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제주도 측은 설립 취소시 녹지그룹에 많은 돈을 물어줘야 한다는 핑계를 댔지만 이는 이미 공론조사 과정에서 제주도가 거듭 강조해 참가자들도 숙지하고 있었던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다수는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영리병원 설립이 비단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문제라며 연대를 호소하는 발언들도 뒤를 이었다. 최근 눈 수술을 받은 50대 남성은 영리병원 설립이 결국 공공의료체계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전국적 연대의 확산을 강조했다.
“영리병원 설립은 국민건강보험을 무너뜨리려 하는 자본의 얄팍한 수에 불과하다. 안 그래도 살기 힘든데 아픈 것에서까지 빈부의 격차를 느껴야 하나. 보험조차 들지 못하고 나보다도 열악한 처지의 사람들은 죽으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 전 국민이 이 문제를 알고 맞서 싸워야 한다.”
영리병원이 제주에서 시작되면 삼성을 비롯한 자본들도 물밀듯이 진출하려 할 것이라며 영리병원 철회를 주장하는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생명을 담보로 이윤을 얻으려 하는 병원이 판을 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영리병원 외에도 제주도민들이 겪는 문제들을 성토하는 발언들도 나왔다. 한 시민은 “원희룡 도지사가 JIBS와 진행한 신년대담회에서 제2공항이 확정된 사안인 것마냥 말하는 것에서 경악했다” 하며 원희룡 도지사와 맞서는 투쟁들 간 연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서도 제주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집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며 도청 방면으로 행진했다. “영리병원 철회하라!” “원희룡은 퇴진하라!” “공공의료 확충하라!” 지나가던 시민들도 주의 깊게 대열을 보며 스피치에 귀를 기울였다.
다가오는 1월 3일, 도민운동본부는 제주도청 앞에서’영리병원 철회, 원희룡 지사 퇴진촉구 결의대회’를 주최할 예정이다. 의료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이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