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리운전노조가 카카오와 금융감독원에 맞선 투쟁을 선포했다. 12월 3일 열린 집중 집회에는 비가 오는 와중에도 200여 명이 참가했다.
노동자들은 이날 카카오를 향해 불만을 토했다. “카카오가 약속을 깨고 본모습을 드러냈다”, “노동자들을 위하는 척 하더니 모두 거짓이었다!”
카카오는 2년 6개월 전 대리운전 사업을 시작했다. 많은 노동자들은 처음에 경각심보다 기대를 품었다고 한다. 다른 업체들이 대게 20퍼센트씩 받는 건당 수수료를 10퍼센트만 받겠다거나, 별도의 프로그램 비용을 받지 않겠다거나, 대리운전 기사를 위한 셔틀을 도입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기업이니 좀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고 한다.
연단에 선 대리운전 경력 20년의 맹석환 조합원은 말했다. “처음 카카오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 회사의 약속을 듣고 춤추고 싶을 정도로 기뻤습니다.”
그러나 그는 기쁨이 오래 가지 않았다고 했다. 카카오의 약속과 달리, 일을 한 첫 날, 첫 콜부터 수수료는 20퍼센트였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추후 수익이 발생하면 대리기사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애쓰겠다고 했지만, 그조차 거짓이었다.
대리운전노조도 처음에 기대를 품고 카카오와 협력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그러나 카카오가 약속을 파기하고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치자, 6개월 만에 MOU를 파기했다. 대리운전노조 충북지부 양정열 사무국장은 말했다. “자본의 속성은 똑같은 것입니다. 처음부터 카카오에 기대를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대기업이라고 다른 게 없습니다.”
카카오가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돼 줄 것처럼 등장했다가 뒤통수를 치고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행태와 겹쳐 보이는 측면이 있다. 문재인 정부도 노동자들의 기대를 배신하고 공격하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약속도 팽개쳤다. 문재인 정부는 대리운전노동조합의 설립 필증을 지금까지 내 주지 않고 있다.
프로서비스 = 프로 ‘착취’ 서비스
노동자들은 이날 카카오 측을 향해 프로서비스 중단과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
카카오가 도입한 ‘프로서비스’는 대리운전 기사들이 별도의 이용료를 내고 가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가입한 사람은 더 많은 콜을 받을 수 있고, 하루 2건씩 단독 배차권도 받을 수 있다. 미가입자는 더 적은 콜, 더 나쁜 콜을 받게 된다. 그러니 노동자들은 이용료가 들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가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카카오는 이에 앞서 마이너스확정콜 제도도 도입했다. 이는 이용자들이 평균 운행비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 콜을 부를 수 있는 제도다. 대리운전 기사들을 경매에 붙이는 것이나 다름 없다. 기사들은 서로 경쟁하며 더 싼 가격으로 운행하라는 압박을 받는다.
카카오는 2년 3개월 만에 수도권에서 시장점유율을 30퍼센트까지 올렸다. 이 기간 동안 누적 콜 수는 2000만 건에 달한다. 평균 콜 비용에 수수료 20퍼센트를 계산하면 약 720억 원을 가져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짊어지게 하고 더 쥐어짜기 위한 제도들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기만적이게도, 카카오는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항의 집회를 연 이날 새로운 ‘이벤트’를 발표했다. 1주일간 피크타임에 카카오와 제휴업체의 콜을 10건 이상 받은 기사들을 추첨해 최대 100만 원을 지급하고, 5주간 이 이벤트를 달성하면 추첨을 통해 최대 1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대리기사들을 쥐어짠 돈으로 연 이벤트를 대리기사들을 위한 것처럼 포장하다니 역겨울 따름이다.
한편, 대리운전노조는 같은 날 금융감독원 앞에서 대리운전보험 단일화 촉구 결의대회도 열었다. 이 곳에서는 보험료 통합을 요구했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여러 업체에 중복으로 보험료를 내고 있어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한 개 업체에만 속한 대리운전 노동자는 10퍼센트에 불과하다.) 업체마다 매달 평균 10만 원씩 내고 있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2015년 보험료를 단일화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에 뒤따르는 시정조치를 지금껏 하지 않고 있다.
대리운전노조는 앞으로도 투쟁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이 지지와 응원을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