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가 3월 3일 인문사회계열 6개 단과대학을 4개로 통합하는 구조개편안 초안을 발표했다.
학교당국은 해당 교수나 학생들과 합의없이 발표한 구조개편안을 3월 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통보했다. “학부의 기초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함”일 뿐, 학과 통폐합이나 인원 축소 등 학과 구조조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학교 당국은 단과대 통합을 디딤돌 삼아 개설해야 하는 교과목 수를 줄여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비용 절감으로 교원 수를 확보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충분한 규모로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 교과목 축소는 다른 학과의 비슷한 과목을 통합한다는 것이고, 과목당 수강인원이 늘고 교육의 질이 하락할 공산이 크다.
이번 단과대학 구조개편은 비인기학과 재정 축소와 향후 학과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당장 학과 통폐합이 없다 할지라도 학교는 비용 절감이나 교과목 축소로 간접적인 통폐합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번 구조개편은 몇 년 동안 진행된 대학 구조조정의 연장선이고, 인문사회계열 학과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다. 또한 대학 구조조정은 교육을 기업의 이윤 추구에 종속시키고, 실업의 책임을 학생들에게 떠넘기게 된다. 구조개편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프라임 사업 = 기업 이윤 추구에 교육을 종속시키는 정책
학교 당국은 박근혜 “교육 개혁”에 적극 부흥해 학교를 ‘취업 양성소’로 재편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16년에 건국대는 전면적인 학과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프라임 사업’(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프라임 사업은 산업 수요와 취업준비생 사이의 ‘미스매치’(불일치)를 해결하겠다며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교육개혁” 중 하나다.
당시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앞두고 “기존 학과의 정원을 축소 또는 폐지하여 산업 수요 중심의 학과로 이동”하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프라임 사업에 참가하려면 입학 정원의 5~10퍼센트나 1백~2백 명 이상의 정원을 다른 계열에서 공학·의약 계열로 넘겨야 했다.
그래서 2015년에 대학평가를 앞두고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저항을 짓밟고, 10개 학과를 통폐합하는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한 2년에 한 번씩 학과 평가를 실시해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가능케 한 학과 평가제를 도입했다.
프라임 사업은 양적 조정뿐 아니라 “산업수요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내용의 변화도 요구한다. 최근 학교 당국은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실무 위주 및 산업체 현장 실습 관련 교과과정”과 “산학연계형” 학사제도를 밀어붙였다. KU융합과학기술원(프라임 선도학과)에는 스마트운행체공학이나 화장품공학과처럼 기업 수요에 직결되는 학과들이 신설되었다. 또한 일·학습 병행제도(저임금의 인턴제)나 산학협동 강화 프로그램도 확대했다.
그러나 프라임 사업 비용은 3년 동안만(총 450억) 지원되기 때문에 KU융합과학기술원(프라임 선도학과) 유지를 위해 ‘재정 구조조정’도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학교 당국은 취업률이 낮은 인문사회계열 단과대 통합을 통해 행정업무와 비용 축소 등을 꾀하려는 듯하다.
또한 새로 만들어진 학과에 입학한 학생들도 안심할 수 없다. 산업 수요에 학과 존속 여부와 재정 지원이 종속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안정한 임기응변식 교육 계획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 될 것이다.
학교 당국은 취업난 해소를 위해 융합학문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기업의 이윤추구와의 융합일 뿐이다.
청년 실업의 책임 떠넘기기
박근혜 정부와 학교 당국의 주장과 달리 청년실업은 ‘인력수급의 미스매치’ 때문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정원을 감축한 분야는 인문 · 사회계열이다. 동시에 공학 및 의약계열은 늘어났다.(대학교육연구소) 하지만 그 동안 청년실업은 해결은커녕 악화만 됐다.
실업은 기업들이 경제 위기 때문에 고용을 늘리지 않아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임금을 줄이거나 노동시간을 늘려 기존 일자리의 질도 떨어진다. 따라서 청년 실업은 사회적 문제로 기업과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다. 실업을 해결하려면 정부가 양질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강제 등을 실시해야 한다.
교육과 학생들은 실업의 책임자가 아니라 피해자다. 또한 기업 입맛에 맞는 협소한 학문을 강요받는 이공계 학생들이나, 비인기학과로 지원 축소와 구조조정 대상인 인문계열 학생들 모두 박근혜식 “교육 개혁”의 희생자다. 그런데 프라임 사업과 구조조정은 이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번 인문사회계열 단과대학 구조개편안은 바로 2015년 학과 구조조정, 2016년 프라임 사업 등 산업연계 강화 대학 구조조정 정책의 일부이다.
따라서 교육을 기업의 필요에 종속시키는 것에 반대하고, 실업의 책임을 대학생들에게 떠넘기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또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라고 정부와 사회에 함께 요구해야 한다.
학교 당국은 박근혜 없는 박근혜식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인문사회계열 단과대 구조 개편안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교육을 기업에 종속시키고, 실업의 책임을 청년·학생들에게 떠넘기는 것에 반대하자!
2017년 3월 13일
노동자연대 건국대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