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건국대학교 당국은 최순실 학력 위조 의혹 제기 입막음 시도 중단하고 진실을 밝혀라!

우리는 11월 8일, 학교 당국이 최순실의 학력 위조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핵심은 2007년 최순실이 한국연구업적통합정보 시스템에 건국대학교가 운영하고 있는 퍼시픽 스테이츠 유니버시티(이하 PSU)에서 학위를 취득했다고 기재한 것 때문이다.

입막음

그런데 학교 당국은 노동자연대 건국대 모임 성명서가 게시되자마자, 사실이 아니라며 해명 자료를 보내고 성명서 대자보를 철거하겠다는 부당한 압력을 넣었다. 의혹 제기 자체가 학교 명예를 훼손한다며 말이다. 학교 당국은 보도설명자료에서 최순실은 PSU를 다닌 적이 없으면서 학위를 허위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건국대 당국은 이를 알지 못했고, 최순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 당국의 주장대로 최순실이 제멋대로 PSU를 “허위 등록”해서 벌어진 문제라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최순실을 고소하면 될 일이다.

그렇게 명예를 중시하는 학교 당국이 최순실의 “허위 등록”은 문제삼지 않고, 합리적 의혹을 제기하는 학생들에게는 재빠르게 입막음을 시도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2007년 최순실 = 한나라당 대선 후보 최측근

학교 당국의 주장은 여러 측면에서 의문이 많다. 학교 당국은 최순실이 2007년에 한국연구업적통합정보 시스템에 일방적으로 PSU를 졸업했다고 등록했을 뿐, 학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7년은 사회적으로 학력 위조 논란이 불거진 해다. 지난 성명서에서 밝혔듯이 김경희 이사장 본인의 학력 위조 사실이 밝혀진 것도 2007년이었다.

그때까지 최순실은 퍼시픽 웨스턴 대학(이하 PWU) 유아교육과에서 논문을 썼다고 주장해 왔는데, PWU는 ‘위조 학위 공장’으로 유명해 2006년에 폐업됐다. 그 뒤 2007년, 최순실은 학위 위조 논란이 불거지던 시점에 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대학이 PSU라고 등재했다.

2007년은 박근혜와 이명박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며 서로 물고 뜯을 때이다. 당시 이명박 측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경우 최씨 일가에 의한 국정농단의 개연성은 없겠는가”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최순실을 타깃으로 삼은 바 있다. 그래서 최순실 일가의 존재를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던 시기였다.

따라서 박근혜의 최측근인 최순실이 학력 위조 논란을 피하려고 PSU를 선택했을 때, 학교 당국 혹은 학교 책임자 일부와의 협의 없이 했을 것이라고 믿기는 쉽지 않다.

유력 대선 후보의 측근이었던 최순실이 학력을 위조하는데 정말 아무것도 몰랐을까? 설령 최순실의 단독 범행이라 해도 추후에 알고 묵인했던 것은 아닐까?

아울러 김경희 이사장이 골프 접대로 정치계, 법조계, 재계 전반에 로비를 벌여 왔고, 그 중에 친박계 인사인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부대표도 있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오마이뉴스> 2016년 2월 20일 기사), 최순실 학력 위조에 동조 · 묵인 등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PSU는 사설 학원?

학교는 PSU가 교육기관 인증을 받은 정규 학교로서 ‘학력 위조’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학교가 근거로 제시한 PSU 인증 내용은 부실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다.

첫째, 학교는 PSU가 BPVE(학교 당국이 BPPE를 오기함), SEVIS, ACICS, CHEA 등 여러 기관에게 인증받은 것처럼 포장한다.(학교 보도설명자료)

그러나 BPPE는 해당 교육기관을 고등교육기관(정식 대학)으로 “인증”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 목적으로 대학의 이름을 써서 기관을 운영하는 것을 “허가”할 뿐이므로 이것이 PSU를 “정식 대학”으로 만들어 주지 않는다. 또 SEVIS는 미 국토안보방위청이 학습을 이유로 미국에 들어온 유학생들의 신원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므로 PSU 재학생들의 합법적 미국 체류 여부를 확인할 뿐이다.

둘째, 학교가 거명한 네 기관 중 유효한 인증 기관은 ACICS 하나뿐이다. CHEA는 ACICS에서 인증을 해 주면 별도 검증 없이 자동으로 등록되는 협회일 뿐이다. 또한 ACICS는 석사까지만 인정받을 수 있도록 미국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은 기관이다. 따라서 ACICS가 인증한 PSU에서 받은 박사 학위는 인정받지 못한다.

게다가 PSU를 인증한 ACICS 자체가 부실한 심사로 수준 미달의 대학들을 대거 인정해 줬다는 점 때문에, 올해 9월 미국 교육부는 ACICS의 자격을 박탈했다.

ACICS가 인정했던 대학 중 하나(코린티안 칼리지스)가 지난해 파산하면서 여러 가지 부실이 드러나자 교육부가 수사에 들어가 자격 박탈 결론을 내린 것이다. ACICS의 이의신청으로 법원 판결이 남아 있긴 하지만 판결이 확정된다면 PSU를 인증해 준 기관 자체가 부실기관으로 판명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동으로 CHEA 등록도 취소될 것이고 이와 함께 ACICS 인증을 전제로 한 연방정부의 학자금 융자 지원도 효력이 사라질 것이다. 즉 PSU도 학교 자격이 사라지는 것이다.

셋째, 캘리포니아 주립대에 현재 재직 중인 서상원 교수도 PSU를 “사실상 사설 학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학생 172명 중 미국 학생은 11명밖에 안 되는 것도 사정을 잘 아는 학생들은 잘 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현지에 거주하는 서상원 교수와 LA 소재의 언론사인 <선데이 저널>이 PSU를 ‘학위 장사’ 의심 대학으로 지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선데이 저널>은 군부 독재 시절에 민주화 운동에 동참하며 창립된 LA 소재의 34년 전통의 언론사다.)

PSU 총장 급여, 건국대 학생들 등록금으로 지급

넷째, “PSU가 건국대학교와 상관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건국대학교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학교 당국의 주장(<선데이 저널> 11월 10일 기사)도 사실이 아니다. 현재 PSU의 이사장은 김경희 이사장이고, 총장은 건국대 소속의 안희경 교수이다. 그런데 건국대 송희영 전 총장은 안희경 교수를 PSU 총장으로 파견한 뒤 2013년 2~10월 동안 안 교수의 급여 8천489만 원을 건국대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구성된 교비회계에서 집행했다. PSU 총장의 급여를 건국대 학생들이 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 사실은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됐고, 현재 한 법대 교수가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최순실과 건국대의 관계를 명백히 밝히고, PSU와 관련된 의혹을 해명하라는 우리의 요구는 여전히 정당하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학생들의 정당한 의혹 제기에 대한 입막음 시도를 중단하고, 학력 위조 동조∙묵인 의혹을 낱낱이 밝혀라!

최순실의 학력 위조가 학교와 관련이 없다면, 학교 소유 대학을 도용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최순실을 고소하라!

제대로 된 교육기관이라 할 수 없는 PSU를 인수해 운영한 목적과 이를 ‘정상적 대학’으로 포장한 이유를 해명하고, 교비 횡령 문제 등 PSU의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2016년 11월 15일 | 노동자연대 건국대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