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있는 고향(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탈북민 김련희 씨가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12월 12일에도 경찰 보안수사대의 소환·조사가 있었고 김련희 씨와 그의 북한 송환을 지지하는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미 2014년에 김련희 씨는 ‘간첩’ 혐의로 투옥된 적 있다. 고향에 돌아갈 길이 막히자 좌절한 김 씨가 스스로 ‘나는 간첩이다’ 하고 자수한 게 발단이었다. 김 씨는 그러면 자신이 북한으로 강제 추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보안 당국은 그를 진짜 간첩으로 몰아 감옥에 가뒀고, 그는 평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지난해 경찰은 그를 다시 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 왔다. SNS나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사회를 찬양했다는 이유다. 2016년 2월 주한 베트남 대사관을 찾아가 북송을 도와달라고 요구한 것도 문제 삼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서,
정부는 김 씨한테 여권도 발급해 주지 않아
김련희 씨는 치료비를 벌기 위해 잠시 중국으로 나왔다가 2011년에 한국으로 왔다. 그러나 그는 가족과 만날 수 없다는 두려움에 바로 평양으로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의 요청을 묵살했다. 그리고 그의 연이은 호소에 정부는 ‘간첩’ 혐의와 감시, 처벌·협박으로 응답했다. 현재 남한 정부는 그를 ‘신분특이자’로 규정해 여권도 발급해 주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인권 파괴의 온상인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고, 심지어 북한 정부가 대화 재개 조건의 하나로 김련희 씨의 귀환을 요구했을 때 그것을 묵살하기도 했다.
김련희 씨가 처한 처지는 그와는 달리 남한에 정착하고자 하는 탈북민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남한 내 탈북민에게 거의 유일하게 강요되는 선택지는 남한 정부를 지지하고 ‘잠재적 간첩’이라는 시선을 피해 숨죽이고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가혹 행위나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해 탈북민을 강압적으로 심문했음이 폭로되기도 했다. 국가의 감시와 탄압은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도 탈북민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
탈북민이 겪는 천대와 어려움을 끝장내려면 자유 왕래와 이주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목숨 걸고 강을 건넌 탈북민들이 가족들과 생이별한 채 오도가도 못하거나 쫓기는 신세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고, 국경에서 들끓는 브로커들도 근절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위해 진보·좌파들은 북한 체제도, 남한 체제도 아닌 탈북민의 편에 원칙적으로 서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당장 김련희 씨 등 귀향을 원하는 탈북민들에 대한 수사와 감시를 멈춰라. 김 씨 등의 사상과 주장은 귀향 여부를 결정하는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 그들의 귀향을 보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