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개념 없는 학생들 탓’인가?
‘개념 없는’ 발언으로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 모욕한 이과대 부학장은 제대로 사과하고 사퇴하라!
지난 2월 17일 우리 학교 이과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이승철 연세대 이과대학 부학장(수학과 교수)이 ‘개념 없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최근 언론에 폭로되었다. “세월호 사건 당시 개념 있는 학생이라면 탈출했을 겁니다”라고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여자는 꼭 담배를 끊기를 추천한다. … 정자는 매번 신선하게 생산되지만, 여자의 난자는 태어날 때 딱 정해진다”(〈한겨레〉 03.08)며 여성비하발언도 했다.) 곧 2주기가 되는 세월호 참사의 충격과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지금, 이는 천인공노할 일이다. 학생들은 공개사과를 요구했지만, 부학장은 책임회피에 급급했다. 그는 이후 “불편한 진실을 불편하게 말해 여러분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사과가 아닌 변명이다. 이과대학 학장 명의의 ‘사과문’이 발표됐지만, ‘부적절한 단어 사용’과 ‘마음을 불편하게 한 점’에 유감을 표했을 뿐, 제대로 된 책임 묻기를 약속하진 않았다.
‘우리가 참사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
단지 ‘진실’을 ‘불편하게 말한 것’만이 사과해야 할 지점인가? 아니다. 진정한 문제는 정의와 진리를 이야기하는 대학의 부학장이라는 사람이 나서서 진실을 왜곡(!)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모욕했다는 것이다. 우리처럼 상식적인 사람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희생 학생들에게는 전혀 잘못이 없다. 유가족이 추천한 4 · 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인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많은 인명이 희생됐기 때문에 참사라고 부르는 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패악과 모순들이 다 담겨 있기 때문에 우리가 참사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돈을 위해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 문제를 내팽개쳤고, 국가는 이에 영합했을 뿐 아니라 앞장서서 규제를 완화했다. 구조 또한 하지 않았다. 이들이 진정한 참사의 원인이자 책임자들이다. 따라서 학생들 개인을 탓하는 망언은 인간으로서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다.
이과대 부학장은 자신의 망언에 책임지고 사퇴하라
온 · 오프라인 상에서 많은 학생들이 말하듯이 ‘사과문 달랑 한 장’으로 끝나는 것은 부족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망언과 부학장의 태도가 알려질수록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각종 언론에서도 이 ‘막말’을 대서특필하고 있고, 학생들도 모두 불만을 말하고 있다. [이과대 학생회와 과 학생회들로 이뤄진] 이과대학 운영위원회 또한 학생 지도 담당 교수 교체와 서면사과를 요구했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듯이,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망언을 거리낌없이 하는 이가 부학장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건 역겨운 일이다. 이과대학 부학장은 자신의 망언에 책임지고 마땅히 사퇴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 결코 다수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점을 우리 대학생들이 보여 줘야 한다. 학내에서 이미 세월호 참사 2주기 관련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 3월 14일과 23일에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연세인의 모임: 매듭’과 제 53대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Collabo’가 공동주최하는 행사를 위해 유가족들이 직접 연세대학교 학생들을 만나러 오신다고 한다. 부학장의 망언에 분노하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학우들은 여기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우리의 목소리를 보여 주자. 올해로 대학 새내기가 된 단원고 학생에게도 우리가 바로 그들의 편이라는 것을 보여 주자. 또, 3월 26일 총선승리 민중대회에서도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과 참사 진상규명, 안전사회 건설을 요구하고 있고 유가족들도 집회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에도 참가하여 대학생들이 세월호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자.
2016년 03월 11일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