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이란 전쟁에 참전하려고 시간을 끄는 듯하다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의 호르무즈 해협 전함 파병 요구에 계속 신중 모드다.

그러나 파병을 거부할 가능성은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신중하게 검토하는 선택지 중에 파병 거부는 없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트럼프의 3,500억 달러 투자 요구에 대해서도 이번과 똑같이 반응했다. 그 때도 미국 정부의 진의를 파악하며 “신중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결과는 트럼프의 요구를 전폭 수용하는 대가로 반대급부를 받아 내는 식이었다.

3월 23일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전쟁과 파병에 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논의됐는지는 보도되지 않았다. 다만,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자주 국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당면 최대 현안인 이란 전쟁과 파병에 관해서라면 모호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

자주적으로 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자는 우파의 주장을 견제하는 논리로도 사용되지만, 불충분한 반박일 뿐이다.

사실 자주국방론은 한국 자본주의가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중동산 원유의 해상 교통로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구체적으로, 파병으로 핵추진잠수함 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가 한국 등 동맹국들에 요구한 게 바로 그것 아닌가. “호르무즈 해협으로 원유를 공급하는 나라들이 스스로 방어에 나서라.”

결국 ‘국익’을 스스로 지키라는 것인데, 국회 내 파병 찬반파도 모두 ‘국익’을 근거로 삼고 있다.

국회 내 파병 반대파는 파병이 “명분도 실리(국익)도 없는” 일이라며 반대한다.

안철수, 조정훈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미국이 궁할 때 확실히 도움으로써 미국에게서 안보 자산(핵추진잠수함 등) 등을 제공받는 것이 ‘국익’이라고 떠든다.

한국 지배계급은 80년 동안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 힘입어 한국 국가의 지정학적 이익과 경제 성장을 추구해 왔고, 이것을 국익으로 규정해 왔다.

이재명 정부는 이런 접근법과 구조에 결코 도전하지 않는다. “중도 실용”을 기치로 하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은 한국 지배계급의 전통적 외교·안보 노선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

신중하게 고심 중이라면서 한국은 나토 주요국들과 일본 등 22개국의 이란 규탄 공동 성명에 동참했다. 이 성명은 이란 남부 미나브 초등학교 학살 같은 일을 번번이 자행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규탄은 단 한 마디도 없다.

국익

물론 한국 정부는 이란과의 관계와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한 상황을 고려할 것이다. 특히 오랫동안 우호적 교역국이자 중동의 주요 강국인 이란과의 관계가 적국 관계로 틀어지는 것은 부담이다.

게다가 한국 내 여론조사에서도 전쟁 반대, 파병 반대 여론이 훨씬 큰 상황에서 지방선거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여권 내에서도 노무현 정부가 이라크 파병으로 청년 지지층이 이반해 조기에 정치적 위기를 겪었던 사례를 심각하게 돌아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그런 문제 때문에 미국의 주요 전쟁을 지원하는 방향이 흐트러진 적은 없다. 신중한 검토는 그저 지원 방식에 관한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 파병 때 미국, 영국 다음가는 규모의 군대를 보내어, 이라크 전쟁이 서방의 침략이 아니라는 이데올로기적 정당화에 도움을 줬다. 그 대신 치열한 전투 지역을 피해 부대를 배치하는 것으로 미국과 협상했다.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한 레바논 남부에는 한국군 동명부대가 포함된 유엔 ‘평화유지’군이 주둔 중이다. 그 부대는 이스라엘군을 자제시킨 적이 한 번도 없고 지금도 그렇다.

이것만 봐도 서방과 함께하는 한국의 중동 파병은 미국의 전쟁을 지원해 거기서 생기는 이익을 챙기려는 목적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재명 정부의 신중론은 트럼프 정부의 파병 압박에 대한 시간 벌기만이 아니다. 파병 반대 여론이 조금이라도 누그러지기를 바라면서 하는, 또는 그런 효과를 낼 참전 방안을 마련하려는 시간 벌기이기도 한 것이다.

한국이 중동에서 가장 중요하게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연방(UAE)은 지금 걸프 연안국 중 가장 노골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다.

UAE는 중동 국가들 중 사상 세 번째로 2020년 이스라엘과 수교했고 이후 이스라엘과의 군사·경제 협력에 적극적이었다. 이스라엘이 한국-이스라엘-UAE 간 삼각 협력을 제안했을 때 윤석열 정부는 이를 적극 검토했었다.

UAE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일부 군벌들을 지원하거나 군사 개입을 벌여 왔는데, 이런 UAE 군대를 훈련시키는 데 일조하는 것이 한국의 아크부대다.

최근 UAE는 서방 22개국 공동 성명에 동참했다. UAE가 극찬하고 추가 주문했다는 천궁-Ⅱ는 미군과 정보를 공유하며 미 공군, 육군 핵심 전력이 배치된 알다프라 기지를 방어하는 데 쓰인다.

이미 미국을 간접 지원하고 있는 한국

UAE는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군에게 영공을 개방했다. 트럼프가 요구한 호르무즈 해협 방어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아마도 이 때문에 이란군이 한국이 건설한 UAE의 바라카 핵발전소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발전소를 폭격할 경우) 보복 폭격 대상으로 콕 집어 거론한 듯하다.

즉, 한국은 이미 UAE와의 협력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 전쟁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UAE를 통해 소량의 원유를 확보한 것은 그 대가다.

미 해군 자신이 호르무즈 해협에 전함을 들여보내는 것을 꺼리는 만큼, 한국이 참전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그 해협에 전함을 들여보내는 형식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침략 전쟁 파병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전함을 파견할 가능성만 경계하거나, 국익이라는 극도로 부실하고 모순된 이념에 기초해 반대하는 것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UAE와의 협력을 통한 군사 지원, 기뢰 제거 지원, 청해부대의 원래 파병 지역인 아덴만에서의 후티 감시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헌법 전문에 광주민주항쟁과 부마민주항쟁을 포함시키는 개헌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도 파병할 경우 진보층의 배신감을 희석시키려는 꼼수일 수 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한 한국 국적 유조선에서 한국해양대학교 실습생 2명이 하선해 귀국 조치됐다. 이는 참전에 따른 안전 위험을 고려한 것일 수 있다.

반전운동은 파병 가능성이 현실적이라고 보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 전쟁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지와 군사 지원 일체를 반대하는 것이 구호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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