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언사만 사과할 게 아니라 이주노동자 유입 환영해야 한다

진보당 소속의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이 조선업 이주노동자 유입 확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

이 기자회견은 11월 24일 ‘동구살리기 주민대회 조직위원회’가 “울산시는 무분별한 조선업 외국인 고용 50% 확대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개최한 것이었다. 울산시가 정부의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에 참여해 조선업 이주노동자 유입을 확대하려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었다.

김 구청장은 이를 지지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러면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 주민들이 이주노동자가 늘어 “동남아에 사는 것 같다,” “불안해서 못살겠다,” “CCTV 좀 더 설치해 주세요,” “공원에 갈 수도 없어요”라고 한다며 “단지 막연한 불안감이라고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가?” 하고 발언했다. 이주노동자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 것이다. 그러나 김 구청장이 스스로 전하듯이, 이주노동자들은 오히려 “우리가 불안해서 몰려다니는 거예요” 하고 말한다.

인종차별적

김 구청장은 국회의원까지 지낸 대표적인 좌파 정치인이다. 인종차별에 맞서고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의 단결을 추구해야 마땅한데, 이에 역행하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해당 발언들이 논란이 되자 김 구청장은 “신중하지 못한 표현을 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진보당은 당 차원에서 공식 사과 성명을 냈다. “진보당이 일관되게 지향해 온 인권과 평등의 가치에 부합하지 못하는 부적절한 표현이었습니다.”

그러나 김 구청장은 이주노동자 확대 정책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저임금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이주노동자 확대 정책은 국내 일자리에도 어려움을 초래하고 이주노동자의 기본권도 약화시킨다는 입장[이다.]” 진보당도 또다른 이주노동자 확대 정책이라 할 수 있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에 반대한 바 있다.

김 구청장은 대미 투자가 국내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좌파적) 민족주의·포퓰리즘 입장에서 한미 무역 협상을 비판했었다. 그런 입장의 연장선에서 그는 이주노동자 유입도 반대하는 듯하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을 야만적으로 체포·구금한 명분이 ‘미국인 일자리’를 지킨다는 것이었음을 봐야 한다.

얼마 전 이재명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동 단속 과정에서 베트남인 유학생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는 미등록 신분은 아니었지만 해당 비자 입국자에게 금지된 취업을 한 상태였다.

이주노동자 유입 확대를 반대하면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일관되게 방어하기 어려워진다. 미등록 노동자는 더 열악한 조건을 감수하며 노동시장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 유입이 내국인 노동자에게 해롭다며 반대하면 그들에 대한 반감과 인종차별적 편견이 자라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유입과 임금·고용 수준은 통계적으로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다. 임금과 고용 수준은 경제 상태와 노동자들이 사용자에 맞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투쟁하느냐의 상호 관계에 크게 좌우된다.

이주노동자 유입 반대 주장은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를 사용자가 아니라 이주노동자에게 돌려 진정한 원인을 흐리고 노동자 단결을 해치는 효과를 낸다. 우파의 인종차별이나 외국인 혐오 선동에 명분을 준다.

조선업 노동자의 약 16퍼센트가 이주노동자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한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단결하지 않으면 사용자에 맞서 효과적으로 싸울 수 없을 것이다.

부적절하게도, 울산 동구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을 비롯해 조선업 노조(금속노조의 중요한 일부인)의 상당수 지도자들은 이주노동자 유입 확대를 반대해 왔다. 11월 24일 기자회견에도 현대중공업노조 간부들이 참석했다. 민주당 울산시당도 “국내 노동자 보호가 우선”이라며 울산시의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좌파 정치인으로서 단지 인종차별적 언사만 사과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이주노동자 유입을 환영하고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의 단결을 도모해야 한다.

2025년 11월 27일

노동자연대

공유

주요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