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경찰이 서울시립대 학내에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일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서울시립대모임 학생들은 학내에서 ‘이태원 참사의 주된 책임이 대통령 윤석열에게 있다’는 내용이 담긴 <노동자 연대> 신문을 알리고 있었다. 매주 진행하던 활동이지만 이 날은 특히 많은 우호적 관심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시작한 지 40분도 되지 않아 경찰차가 학내에 들어왔고, 경찰 두 명이 나와 ‘누군가 시끄럽다는 신고를 했다’고 출동 사유를 밝혔다. 그들은 ‘곧 집시법 담당 경찰관(정보과 경찰)이 올 것’이라며 주변에 계속 서 있었다.
대학 캠퍼스 내에서 진행된 평화로운 의견 표명 활동에 대해 ‘집시법’ 운운하다니 얼토당토 않은 말이다. 누구든 학내에서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표명할 수 있어야 한다. ‘소음 문제’로 경찰이 매번 출동한다면 학내 행사나 축제, 라디오 방송도 경찰이 출동해야 하는 일이란 말인가?
학생들의 정당한 분노와 항의 활동을 경찰이 단속하려 든 것이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왔다’고 했지만, 대학 캠퍼스 내 학생들의 평화로운 의견 표명 활동에 대해 경찰이 직접 출동하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다. 그 자체가 유인물을 받아 가는 학생들을 위축시키고 자유로운 정치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당일에는 4시간 동안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던 경찰이 이런 신고에는 참 발빠르다. 참사 직후 경찰 내부 문건에는 시민단체 동향 사찰과 함께, 어떻게 하면 참사를 정부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지지 않게 억누를 수 있을지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이런 문건에서도 드러난 그들의 우선순위는 학내로 신속하게 출동한 데서도 반영되는 듯하다. 저들은 사람들의 안전이 아니라 이렇게 저항을 단속하고 억누르는 데 관심이 있는 것이다.
윤석열은 ‘참사’가 아닌 ‘사고’ 등 ‘중립적’ 용어를 써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 자체가 정치적인 대처다. 윤석열은 취임 초부터 지지율이 낮았는데, 그런 조건에서 노동 개악 등 여러 공격을 밀어붙이고 그에 따른 저항을 단속하기 위해 공권력을 강화해 왔다. 그런데 최근 참사로 정부 비판 목소리가 더욱 커지자 퇴진 여론을 단속하고자 한다. 몇 년째 일상적으로 해 온 학내 활동을 경찰이 갑자기 단속하려 드는 것도 이런 맥락 속에 놓인 정치적인 행동이다.
경찰이 아무리 방해해도 윤석열 퇴진 주장이 호응을 얻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경찰과 윤석열 정부가 항의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할수록 항의 운동을 더 크게 건설해야 한다. 노동자연대 서울시립대모임도 운동을 키우는 데 힘쓸 것이다.
2022년 11월 9일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서울시립대모임
문의: 010-7435-5254(국관 양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