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 바위가 위험하다. 이명박 정권이 기어이 구럼비 바위에 구멍을 뚫고 파괴할 참이다.
구럼비 바위는 오래 전 바다와 용암이 만들어 준, 폭이 장장 1.2km에 이르는 거대한 용암너럭바위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지형이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위치한 ‘구럼비’ 일대에는 천연기념물인 연산호 군락과 멸종위기인 붉은 발말똥게, 맹꽁이, 층층 고랭이, 돌고래 등이 서식한다. 우리가 잘 가꾸고 보존해야 할 인류의 자연유산을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파괴한다는 것은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이명박 정권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려고 온갖 무리수를 다 동원하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 기술검증위원회가 기지 설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서를 냈으나, 이를 무시했다. 2012년 들어서만 109명의 주민∙활동가 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지금 이 시각에도 강정에서는 경찰이 구럼비와 평화를 지키려는 주민, 종교인, 활동가들을 폭력 연행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대양해군’ 건설을 내세우며 제주해군기지를 전략기동함대의 전진기지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한국의 군사력 확장 시도는 동아시아 불안정의 불씨만 키울 뿐이다.
게다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중심에 놓인 동아시아 불안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제주해군기지는 미국의 해양 전략에 따라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 함정, 핵잠수함, 핵항공모함의 기항지로 활용돼,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정책에 이용될 수 있다.
동아시아 불안정과 군비 경쟁을 부추길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 구럼비 바위를 파괴하려고 뚫은 천공은 이명박이 민심에 낸 구멍이다. 이 구멍에 화약을 우겨 넣고 폭파할 때,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협한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도 같이 폭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