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회원
4월 20일 홍익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대학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약 200여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이하 서울지부) 소속으로 13개 대학의 청소·경비·주차·시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서울지부 소속 노동자들은 생활임금 쟁취(시급 440원 인상)와 샤워실 설치, 정년퇴직자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4월 6일 연세대학교를 시작으로 수요일마다 대학들을 순회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노동자들에게 연대하는 학생들과 정의당 마포구위원회도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함께 구호를 외치고 노래도 부르며 활력 있게 집회를 진행했다.
그간 대학 당국들은 코로나 때문에 재정이 악화됐다는 핑계로 인력을 감축하고 임금 인상을 억제해 왔다. 노동자들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인 440원만큼이라도 시급을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외면하고 있다.
최근 가파른 물가 인상을 고려하면,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는 소박한 것이다.
게다가 대학 당국들은 돈이 없는 게 아니다. 2021년 기준으로 대학 당국들은 홍익대 7135억 원, 이화여대 6310억 원, 연세대 5841억 원 등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 두고도 시급 440원 인상도 못 해 주겠다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학교 당국들은 용역업체 핑계를 대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성균 서울지부 지부장은 대학 당국들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억제하는 것을 이렇게 비판했다.
“물가가 많이 오르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최저임금이 100원, 200원 오를 때는 최저임금만큼만 올리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이것보다 많이 오르면 최저임금 인상액만큼 올릴 여력이 안 된다고 합니다.”
박옥경 서울지부 홍익대분회장도 대학 당국들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매해 학교와 회사는 억지스러운 이유를 핑계로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학교가 어려운 게 노동자 탓입니까? 왜 노동자에게만 어려움을 핑계 삼아 임금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도 연대 발언을 해서, 삶을 지키고자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보냈다.
집회에서는 홍익대 시설 노동자의 발언도 있었다. 홍익대 시설 노동자들은 타 대학에 견줘 낮은 임금과 열악한 조건에 처해 있어서 불만이 높다.
한편, 노동자들은 대학 당국들이 정년퇴직자 자리를 충원하지 않고 인력을 감축하는 것에도 반대하고 있다. 개강 후 대면 수업이 늘어서 캠퍼스에 학생들이 많이 늘었는데도 일부 학교 당국들은 오히려 인력을 줄이고 있다.
한 홍익대 학생은 연대 발언에서, 홍익대 당국의 인력 감축은 학생들의 안전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자들은 정문 앞 집회 후, 요구들을 알리며 사무처가 있는 건물(문헌관)까지 행진했다. 사무처 앞에 도착해서는 집회 때 들고 있던 여러 요구들이 적힌 손팻말을 붙였다.
서울지부 소속 13개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후에도 대학들을 순회하며 집중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과 물가 인상 속에서 생활 조건을 지키고자 나선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자. 특히 학생들의 지지와 연대는 노동자들이 대학 당국에 맞서 싸우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 글은 <노동자 연대> 신문에도 실렸습니다. https://ws.or.kr/article/276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