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선수 병역 특례 논란
모병제: 징병제보다는 차악이지만 군대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김무석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 특례가 사회적 논란이 됐다. 병역 특례를 받은 선수들은 모두 42명인데, 일부 선수들은 군입대를 미루던 중 병역 특례를 받아 의도적으로 병역을 회피했다고 비난받았다. 현행법상 병역 특례 대상 기준이 적절하지 않다는 맥락에서 논쟁이 제기된 것이다.
그 논쟁에서 나오는 개선 의견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병역 특례의) 옛 기준은 낡았으니 새 기준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해 스포츠 선수가 여러 경기에서 공헌을 세울 때만 병역 특례를 주거나, 클래식·국악뿐 아니라 대중가요 예술인도 병역 특례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병역 특례의 기준만 약간 바꾸자는 주장으로, ‘국위 선양’이 병역 특례의 요건이라는 기준 자체에는 의문을 던지지 않는다. 국위 선양을 하면 병역 특례를 주자는 주장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일을 공공의 이익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둘째, 병역 특례 대상자를 감축해 예외 사례를 줄이자는 것이다. 이 주장은 징병 대상자가 감소하므로 대체 복무를 줄이고 현역 입영 대상자를 늘려야 병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과 연결돼 있다. 군대의 규모를 유지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기에 앞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보수적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징병제를 없애고 모병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이런 입장을 밝혔다. 모병제를 도입하면 징병제 하에서처럼 일부에게 병역 면제 특혜를 줄 이유는 사라질 것이다.
차악으로서 모병제
비록 자본주의 군대의 근본 구실은 바뀌지 않겠지만, 모병제가 도입되면 노동계급과 서민 출신의 많은 청년들이 강제 군복무로 고통받지 않아도 될 것이다.(지배계급 청년들은 징병제 하에서도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이 많다.) 30만~40만 원(2018년 기준)에 불과한 용돈 수준의 월급을 받고 강제로 복무해야 하는 지금의 처지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군 사례에서 보듯이, 모병제를 도입하면 경제적 이유로 입대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을 테고, 그중 다수는 노동계급과 서민층 청년일 것이다. 그러니 모병제를 차선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 차악의 대안인 것이다.
차선이 아니라 차악이라고 한 것은 자본주의 군대의 본질적 구실이 모병제라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군대는 국민 모두를 위한 조직이 아니다. 실제 한국 군대도 제국주의 국가의 점령을 돕거나(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파병), 국내 저항을 짓밟는 데 유용하게 쓰였다(광주 항쟁 진압과 군사 쿠데타 등). 청년들이 군대에서 무조건적 상명하복의 가혹한 억압을 경험하는 것도 억압기구로서 군대의 본질에서 비롯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근본적 대안은 군대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군대를 없애려면 군대를 만들 동기가 사라져야 한다. 다른 국가의 지배계급들과 군사적으로 경쟁하는 것, 국내 피지배계급을 억압하는 것. 이 두 가지 동기를 낳는 자본주의 체제가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