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2주기 대학 구조조정 계획
계급 불평등 키우는 하위 등급 대학 퇴출 문제 더 커질 것
11월 30일 문재인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됐다. 원래 박근혜 정부는 2014~2022년을 3주기로 나눠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었는데, 1주기를 완료한 상황에서 퇴진했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에 시행할 2주기 대학 구조조정에서 일부 지표를 바꾸겠다고 했는데, 그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학 간 불평등은 심화됐고 시장 논리에 편승하는 방향으로 대학을 재편해야 한다는 압력은 커졌다. 학벌 체제에서 서열이 낮은 대학들에는 노동계급의 자녀들이 다닐 확률이 높은데, 박근혜식 대학 구조조정은 노동계급의 구성원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는 방향이었다.
전국대학노동조합과 교수·학생·진보·좌파 단체들이 참가하는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학 공공성 공대위)는 “박근혜식 대학 구조개혁 평가사업 중단” 등을 요구하며 최근까지 청운동 사무소 앞 농성을 벌였다.
이렇듯 기존 구조조정 계획에 대한 반감이 커서 일부 내용은 수정됐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의 이름이 “대학 기본역량 진단 추진계획”으로 바뀌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일반재정지원이 부분적으로 도입됐다. 전임교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비정규직 교원에게는 불이익으로 작용한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 지표는 평가 항목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박근혜식 대학 구조조정 정책의 큰 틀은 그대로 유지된다. 취업률, 신입생 충원률 등을 기준으로 대학의 등급을 나누고 하위 등급 대학들은 퇴출을 유도하는 방향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1주기 때는 A, B, C, D, E 다섯 등급으로 나눠 A 등급을 제외한 나머지에 정원 감축을 압박했는데, 이번에는 전체 대학의 60퍼센트를 자율개선대학으로 하고, 정원 감축 압박은 나머지 40퍼센트에 몰아 줄 계획이다. 하위 등급 대학들에는 정원 감축 압박과 함께 재정 지원과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을 제한하는 등 학생, 대학 교수·노동자에게 고통이 전가되는 방식도 그대로 유지한다.
1주기 평가에서 대학 정원 감축 계획은 1만 6000명 가량 초과 달성됐는데, 이번 정원 감축 목표는 5만 명에서 2만 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하위 등급 대학에 정부가 정원 감축을 집중 압박하기 때문에 하위 등급 대학들에 가해지는 부담은 여전하다.
게다가 정부가 정원 감축을 강도 높게 압박하지 않더라도 “시장”의 선택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원이 축소될 것이라고 한다(류장수 대학구조개혁위원장). 2019~2021년에 학령인구가 10만여 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대학 입학생이 급감하는 시점에서 시장 원리에 따르면 하위 등급 대학에 대한 퇴출 압박은 더 커질 것이다. 퇴출 대상이 아닌 대학들 사이에서도 경쟁 압박이 강화돼 대학별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12월 1일 정부가 연 공청회에서 대학 공공성 공대위가 단상 점거 시위를 벌이고, 공청회에 참가한 대학 관계자들이 지지를 보내 공청회가 무산됐다. 이 시위에는 대학노조 조합원 100명 가량이 참가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하에서 대학 퇴출 문제는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1주기에 이어서 2주기에도 최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들을 한계대학으로 선정해서 본격적인 퇴출을 유도할 계획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들어 벌써 세 대학(한중대, 대구외대, 서남대)이 폐교 확정을 받았다.
하위 등급 대학들이 퇴출되는 것은 노동계급 가정에게 더 큰 고통을 줄 것이다. 이는 계급 불평등이 교육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부실 대학은 폐교할 것이 아니라 국공립화하고,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 고등 교육은 본인이 원하면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하는 권리로 접근해야 한다. 교육에서도 시장원리를 추구하며, 상위 대학에만 지원을 몰아 줄 것이 아니라 열악한 대학들에 정부의 지원을 더욱 강화하고 더 많은 사람들의 교육권을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