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오후 1시 30분경 학관 5층의 25톤 물탱크가 파열돼, 건물에 물이 차고 천장 마감재가 파손됐다. 다행히 학생들이 빠르게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5층부터 1층까지 건물 전체에 물이 새서 자칫하면 감전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4, 5층에서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갑자기 ‘우르르, 쾅쾅’하는 소리에 놀라서 수업을 듣다가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학관에 있었던 학생들의 증언에 의하면 화재경보기를 눌렀지만 울리지 않은 층이 있었고, 일부 학생들은 수업이 끝난 1시 45분에야 뒤늦게 대피 명령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안전 시설 점검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수 많은 학생들이 재난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끔찍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1964년에 완공된 학관 건물은 학교 당국의 종합진단 결과 E등급(재난위험시설)을 받은 건물로, 당시 진단에서 재건축 대상 건물로 분류됐다. 하지만 학교 당국은 학관 건물을 전면 허물고 재건축하는 대신 2012년에 도색, 바닥재 교체, 방수 공사 등 기초적인 리모델링 정도만 했다. 이 건물은 학생들 사이에선 반쯤 농담으로 ‘곧 무너질 건물’로 통용되기도 했다. 당시 시설과 관계자는 학생들을 수용할 대체 수업 공간이 없어서 재건축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는 소위 ‘돈 되는’ 상업적 시설에는 늘 투자에 투자를 거듭했다. 예컨대, 2013년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 가게인 이화웰컴센터가, 2015년엔 똑같은 목적의 파빌리온이 방학 중에 뚝딱 건축됐다. 뿐만 아니라, 학교 당국은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마곡 병원 설립에는 없는 돈까지 끌어 모아 6천여 억원을 들여 건축에 박차를 가했다. 매일 몇 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드나드는 허름한 수업 건물은 리모델링으로 때운 것과 대조된다.
이런 태도는 학교 당국이 학생들의 안전 문제와 수업 조건엔 일말의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물론 학교 당국은 산학협력을 강화하는 연구 공간(종합과학관, 산학협력관 등)에 대해선 신규 건물을 계속 늘려왔다. 그러나 주되게 학부생들이 교양을 듣거나 인문대 학생들이 전공을 듣는 학관에는 거의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이다. 수업 조건에 대한 투자마저 불평등한 것이다.
학교 당국은 ‘건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며 당장 다음날부터는 학관 출입 및 수업이 가능하다’고 학생들에게 학관 건물로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다행히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수업지원팀은 금요일 하루는 학관에서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 대신 다른 건물에서 수업을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주말 중으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시설점검을 제대로 진행한다 해도 더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과 보수를 하지 않는다면 이미 학관 건물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학생들에게 공포 속에서 공부하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학생들의 생명과 수업 조건과 직결된 일이다.
김혜숙 총장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학생들이 안전하게 학관 건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즉각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학교 당국은 학생들에게 안전한 대체 수업 공간을 마련하고, 철저하게 안전 점검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2017. 6. 2.
노동자연대 이화여대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