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연대 건국대 모임과 학내 여러 단체들은 학교법인 건국대학교(이하 (학)건국대학교)가 최순실의 학력 위조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런데 (학)건국대학교는 11월 26일 김무석 학생에게(박근혜 퇴진 건국대 시국회의 연락 간사, 노동자연대 건국대 모임 회원) 이메일로 ‘경고성’ 글을 보냈다. 노동자연대 건국대모임 등이 제기한 의혹이 “명백한 사실 왜곡”이자 “건국대학교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 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협박하는 내용이었다.
(학)건국대학교는 학생들의 의혹 제기에 제대로 답하지는 않으면서 대자보를 무단 철거해 왔다. 고등교육을 책임지는 대학 당국이 헌법도 무시하고 버젓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그런데 김무석 학생에게 ‘경고문’까지 보내며 정당한 의혹을 제기하는 학생들을 위축시키려 한다. 심지어 한 학생처 직원은 김무석 학생에게 징계를 할 수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부당한 협박으로 문제를 덮을 순 없다.
첫째, 우리는 사회적으로 이미 공공연하게 제기된 사안을 (학)건국대학교가 제대로 해명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된단 말인가.
미국의 언론사 <선데이저널USA>도 11월 3일 최순실의 학위 위조에 건국대학교가 연루돼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도 최순실이 학위를 받았다는 퍼시픽 스테이츠 대학교(PSU)는 “정부 인증을 받은 적이 없는, 말하자면 사설 학원”이기 때문에 “학위 취득이 허위라면” 최순실이 조교수로 강의했던 점을 고려해 “임용취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월 1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
(학)건국대학교는 우리의 의혹 제기에 제대로 답하지 않고 최순실의 학력 위조는 자신과 상관 없는 일이라고만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최순실이 2007년부터 10년이나 (학)건국대학교가 운영하는 PSU의 학위를 사칭해 왔는데도 (학)건국대학교 당국은 최순실에게 어떤 조처를 취했는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우리는 학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최순실을 고소하라고 요구했지만 (학)건국대학교는 이런 요구에도 답이 없다.
또 우리는 PSU에 대한 (학)건국대학교 측의 해명에 의문의 여지가 많다는 점을 계속해서 제기해 왔다. 학교 측은 PSU가 인증을 받은 미국의 정식 대학이라고 강조하지만 우리는 학교 측이 제시한 인증기관들이 제대로 된 곳이 아니라는 점을 상세하게 반박했다. 세 곳은 인증기관이 아니고, 유일한 인증기관인 ACICS는 올해 9월 미 교육부가 인증기관 자격을 박탈한 곳이다. 그러나 학교 측은 우리의 주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하지는 않고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
둘째, 학교 당국이 “명예”를 그토록 중시 한다면 학생들을 협박하지 말고 진실을 제대로 밝히면 된다.
학생들이 최순실의 학력 위조에 연루된 의혹을 제대로 밝히라고 하는 것은 학교의 명예를 위한 것이다. 국정을 농단하고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른 범죄자와 학교 당국이 부당한 연계를 한 의혹이 있는 것이야말로 불명예 아닌가.
학생들이 제기하는 의혹이 다행히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의혹을 제대로 밝히라고 요구한 것을 두고 명예 훼손이라고 할 수는 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의 한 변호사도 “대중들이 부당한 의혹에 대해 정확히 정리되길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 요구 사항인 바, 의혹 없이 학생들에게 알려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공공 목적을 위해 사실에 기반한 의혹 제기는 위법 행위라 할 수 없습니다” 하며 (학)건국대학교의 명예훼손 언급을 일축했다.
학생들은 수사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최순실 학력 위조 증거를 찾는 것은 당연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학)건국대학교는 최순실의 PSU 학위 등재는 “명의 도용의 가능성이 매우 높”고 “허위 기재”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렇다면, 최순실은 명의 도용과 학력 위조로 명예훼손죄를 지은 것이고, 심지어 학력 위조를 이용해 유치원 운영 등의 이득을 취한 경우 사기죄도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학)건국대학교가 수사 기관에 의뢰해 진실을 규명하고 학교 명예를 회복하면 된다.
이렇게 진실을 제대로 밝히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덮는 데만 급급한 학교 측을 보며 너무나 실망스럽다. 김경희 이사장은 학력 위조와 각종 비리·횡령, 새누리당 친박 인사에게 골프 접대 등으로 악명이 높은데 이번 일로 민주주의 억압이라는 악명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할 듯하다.
수 백만 촛불 시위가 보여 줬듯 진실은 감출 수 없고, 민주주의는 억누를 수 없다. (학)건국대학교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