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고려대 학생들이 본관 점거에 돌입했다. 학생들은 ‘미래대학’ 설립과 학사제도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나흘 뒤인 11월 28일, 학생총회에서는 연인원 2천5백 명이 모여 ‘미래대학’ 설립과 학사제도 개정안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미래대학’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프라임 사업’에 발맞춰 추진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프라임 사업’을 통해 “산업(기업) 수요”에 맞게 학과구조와 교육과정을 개편하도록 종용해 왔다. 고려대는 ‘프라임 사업’에 최종 지원하지는 않았지만, ‘미래대학’을 설립해 자체 구조조정에 나서려 한다.
설립안을 보면, ‘미래대학’은 삼성·SK 등 대기업과 “파트너 협정”을 맺고 기업 인사들을 전임교수로 초빙할 수 있다. 기업 투자를 적극 유치하도록 했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미래대학’ 추진위원회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과의 연계 강화는 대학을 이윤 추구를 뒷받침하는 기관으로 전락시킨다. 연구 결과는 기업의 입맛에 맞게 왜곡되기 십상이다. 호서대의 한 교수가 옥시에게 연구비(와 뒷돈)를 받아 가습기 살균제에 유독성이 없다는 거짓 실험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최근의 사례다.
학생들은 협소하고 실용적인 커리큘럼 중심의 ‘학문’을 배우게 된다.
이윤 논리는 대학이 기업처럼 되도록 부추겨 왔다. 고려대 학생들은 ‘미래대학’을 설립할 돈으로 기존 학생들에게 지원을 강화하라고 말한다. 고려대 투쟁의 배경에는 그동안 이윤을 위해 학생들의 필요는 무시한 학교 당국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고려대 당국은 ‘미래대학’ 정원 확보를 위해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하겠다고 일방 통보했었다. 이처럼 대학 구조조정은 학내 민주주의도 훼손한다.
학생들과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자, 11월 28일 고려대 당국은 긴급 담화문을 발표해 일부 ‘양보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하지 않는 대신 각 단과대 정원을 2.5퍼센트씩 감축하겠다는 기만적인 것이었다. 어쨌든 ‘미래대학’ 설립은 하겠다는 것이다. 고려대 당국은 경쟁 강화할 학사제도 개정안에 대해서도 2017년에는 추진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그러나 총회에서 확인된 학생들의 요구는 “전면 철회”다. 고려대 당국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지 말고 ‘미래대학’ 설립과 학사제도 개정안 자체를 전면 철회해야 한다.
고려대 학생들의 점거 투쟁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온갖 악행들을 철회시키기 위한 투쟁의 일부다. 이 투쟁은 이화여대 학생들의 투쟁과, 시흥캠퍼스 설립에 맞서 50일 가까이 본부를 점거 중인 서울대 학생들의 투쟁과 같은 선상에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와 본부 점거 학생들은 “고려대와 서울대의 본부 점거는 박근혜 정권에서 심화된 대학 구조조정에 맞서 대학의 공공성을 지켜내고 훼손된 학내 민주주의를 복원하고자 한다는 데서 맞닿아 있다”면서 고려대 점거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투쟁은 박근혜 퇴진 운동의 전진 속에서 분출했고, 동시에 이 투쟁의 승리는 박근혜 퇴진 투쟁에도 큰 영감을 줄 것이다.
고려대 학생들의 승리를 위해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11월 29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