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6일(금) 이화여대 교수평의회(이하 교평)가 이사회에 권고할 총장 후보자 선출 규정을 결정했다.
교평은 이화여대 교수들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교수들의 자치기구로서, 학교 당국은 최경희 총장이 사퇴한 후 12월 교수평의회를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교평은 차기 총장 선출 방식으로 직선제를 택하기로 했다. “교수협의회 설문조사 및 단과대학 의견수렴 결과에서 압도적 다수의 지지를 받으며 학생과 직원들도 직선제를 제안”하고 있다는 이유이다. 지난 최경희 전 총장의 만행을 보며 학교 구성원 압도 다수가 총장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느낀 것이다.
총장 직선제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대학 구성원들이 싸워서 얻어 낸 민주적 권리였다. 그러나 이명박 · 박근혜 정부는 대학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며 총장 직선제 같은 민주적 권리들도 후퇴시키려 했다. 교육부는 재정지원을 볼모로 국립대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라고 압력 넣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화여대 같은 수도권 대형 사립 대학에 총장 직선제가 부활하는 건 의미가 크다. 물론 총장 직선제가 모든 것을 보장해 주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직선제를 쟁취하면 학교 측은 학교 구성원들의 눈치를 조금이라도 봐야 하는 처지가 될 것이다.
그런데 교평은 투표반영비율을 100(교수):10(직원):5(학생)로 제시했다. 이는 교수에 비해 직원, 학생 비율이 지나치게 작다. 교평은 “이화 변혁의 중심에 섰던 학생의 주도적 역할이 있었기에 이를 상징적으로 반영한 것”이라면서 “동시에 신중한 접근을 위해 이번 제16대 총장선출안에는 학생 전체의 참여비율을 교수의 5%로 정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과 직원이 총장 선출에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건 단지 “상징”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다. 총장은 학내 전반의 업무를 총괄하며 교수들만이 아니라 학생들과 직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최경희 전 총장의 비민주적 행정을 막고, 비리와 부패로 얼룩진 최경희 교수를 물러나게 한 진정한 힘은 학생들의 대중적 항의에서 나왔다. 그런 만큼 직원들과 함께 학생 비율을 더 높여야 할 것이다.
이런 교평 안에 대해서 직원과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화여대 교직원 노동조합은 직선제를 지지하지만 교평이 제시한 비율은 반대했다며 “총회 전 반대 의견서를 냈는데도 교평이 교직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아 유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총학생회도 교평에 교수, 학생, 직원 동수 비율을 요구했음에도 학생참여를 ‘상징적’으로만 반영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를 비롯한 중앙운영위원회는 1월 11일 학생 투표 비율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후, 교수평의회 회의 장소에서 팻말 시위를 했다.
사실 교수들이 수 년 째 요구한 교평도 학생들의 대중적 투쟁이 있었기에 그 흐름을 타고 공식 인가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교평이 학생과 직원의 권리를 과도하게 낮게 보는 안을 이사회에 제출한 건 다소 아쉬운 결정이다.
교평은 지금이라도 직원, 학생 비율 동수 총장 직선제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사회는 이런 목소리를 반영해 교수, 직원, 학생 비율 동수 총장 직선제를 채택해야 한다.